“고향사랑기부제, 지역현안 해결할 마중물…답례품보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이 효과적”

이진주 기자

페어트래블저팬 이연경 팀장

일본서 모금 진행 경험 ‘조언’

지난달 12일부터 3일간 울산시 남구 롯데호텔 울산에서 열린 ‘울산 국제 임팩트 컨퍼런스-로컬과 만나는 결심’에서 이연경 페어트래블저팬 팀장이 일본 고향세와 관련한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고 있다. 울산국제임팩트컨퍼런스 제공

지난달 12일부터 3일간 울산시 남구 롯데호텔 울산에서 열린 ‘울산 국제 임팩트 컨퍼런스-로컬과 만나는 결심’에서 이연경 페어트래블저팬 팀장이 일본 고향세와 관련한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고 있다. 울산국제임팩트컨퍼런스 제공

내년 시행…세금·특산품 혜택
지자체들, 경제·균형발전 기대

“일 사가현 ‘어린이 가정식 보급’
민관협력 모범사례 눈여겨볼만
실제 지역과제 해결에 초점 두고
모금목적·금액 정확히 제시해야”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곳 이외의 지역에 기부를 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받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2008년 시작된 일본의 ‘고향 납세 제도(고향세)’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기부금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균형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에서 지자체와 함께 고향세 모금을 진행한 페어트래블저팬 이연경 팀장(34)은 지난 18일 경향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도 도입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에서 자금이 없어 시행하지 못했던 다양한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NPO(비영리 민간단체)와 지자체가 협력하면 지역 문제를 보다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고 지역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베문화교류센터, 국제아동돕기연합 등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가로 일했던 이 팀장은 2017년부터 일본 히로시마현 진세키고원에 기반을 두고 있는 페어트래블저팬에서 일하며 평화학 박사과정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달 12일부터 3일간 울산시 남구 롯데호텔 울산에서 열린 ‘울산 국제 임팩트 컨퍼런스-로컬과 만나는 결심’에 참석한 이 팀장은 ‘일본 고향세, 민관협력의 중요성’을 주제로 자신의 경험담을 발표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일본의 고향세는 기부금을 내면 답례품을 받는 방식과 지역의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기부금을 모금하는 GCF(정부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나뉜다.

이 팀장은 한국에서 도입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답례품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직접 모금할 수 있도록 한 제도”라며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답례품보다는 실제 지역과제를 해결하는 GCF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GCF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금 목적과 목표액을 정확하게 제시해야 효과적인데 민관이 협력하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 팀장은 민관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히로시마현이 2010년 시작한 ‘피스완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당시 전국에서 유기견 살처분율 1위였던 히로시마현과 재난구호단체인 피스윈즈저팬이 협력해 GCF 방식으로 고향세를 모금했다. 모금액은 살처분 공고를 받은 개들을 데려와 보호하고 입양하는 일련의 활동에 쓰이고 있다.

그는 “사업을 시행한 지 3년 만에 살처분율이 제로가 됐다. 시설이 들어서면서 100명이 넘는 일자리 창출과 다른 지역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유입되면서 정주 인구가 늘고 이는 지역 활성화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사가현의 ‘어린이 가정식 프로그램’도 민관이 협력해 GCF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정에서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가정식을 보급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같은 내용으로 모금하지만 반응이 좋아 일본 내 다른 지자체에서도 사가현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 방문한다.

민관협력은 지역에 있는 신생 단체들에도 지원금을 받아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이 팀장은 말했다.

2017년 문을 연 페어트래블저팬 역시 진세키고원 지자체와 협력해 GCF 방식으로 고향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8년에는 재해를 겪은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여행 프로그램을, 2019년에는 인구 감소로 생긴 빈집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어 외부 사람들과 지역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관계인구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지난해 일본의 고향세 참여율은 13.2%로 전체 납세자 5600만명 중 740만명이 제도에 참여했다.

그는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다른 지역 사람들이 공감하고 호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한국에서도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의 성격을 이해하고 홍보를 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피드백을 통해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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