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오염수 방관 정부에 고래 절규 들려주고 싶어”

전지현 기자

‘고래’ 변호하는 사람들

김도희·김소리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동물권소위원회 ‘고래팀’으로 활동 중인 김도희 변호사(왼쪽)와 김소리 변호사가 지난 16일 서울 관악구 밝은책방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동물권소위원회 ‘고래팀’으로 활동 중인 김도희 변호사(왼쪽)와 김소리 변호사가 지난 16일 서울 관악구 밝은책방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동해와 후쿠시마 앞바다에는 고래들이 산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가 제 터전에 방류되기까지 이틀 남은 22일에도 고래들은 바다에서 살아가고 있을 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헌법 제정 이래 최초로 비인간동물인 ‘고래’를 청구인에 포함한 헌법소원을 냈다.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도에 마땅히 했어야 할 외교적 조치 등을 다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시민과 생명체들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소송이다.

김도희 변호사(41)와 김소리 변호사(35)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민변이 시민들과 낸 소송에 ‘고래’를 해양생태계 대표 청구인으로 넣은 주인공들이다. 김도희 변호사가 제안했고, 김소리 변호사가 법리를 파고들었다.

경향신문은 민변이 헌법재판소에 청구서를 제출한 지난 16일 김소리 변호사가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의 책방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오염수 방류로 바다가 망가지는 문제를 얘기하는 데 고래의 목소리는 중요하다’는 당위를 사법적 논리로 가다듬는 일은 두 사람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민변·시민들, 헌정사상 처음으로
‘고래’를 청구인에 포함 헌법소원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방기
인간·고래 등 헌법상 권리 침해”

■ 고래에 ‘진심’인 사람들

“솔직히 말씀드리면, 고래가 청구인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까 싶기도 해요.” 김도희 변호사가 농담처럼 말하자 김소리 변호사가 “사실 나도 그렇다”며 웃었다.

이번 헌법소원에서 ‘고래팀’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이 팀은 헌법소원 대리인단 20여명의 변호사 중 4명으로 구성됐다. 두 변호사가 소속된 ‘청구인팀’은 모두 동물권 관련 활동을 해온 이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고래에 진심이었다.

300여쪽의 청구서 중 청구인을 설명하는 분량이 55쪽인데, 이 중 7쪽을 제외하고 모두 고래의 청구인 적격을 입증하는 데 할애됐다. 김도희 변호사는 “사람들이 오염수 방류로 기본권을 침해받을 것이라는 건 헌법재판관들이 상식적으로 인정해줄 것 같지만, 고래는 많이 고민될 것 같더라”며 “설득이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썼다”고 했다.

과거 비인간동물소송 모두 기각
“고래의 청구인 입증에 공들여
동물의 법인격 인정받는 게 꿈”

■ 고래를 ‘특정’하라

어떤 고래를 넣고, 어떤 고래를 뺄 것인가는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헌법소원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지금까지 민사·행정 소송에서 비인간동물을 주체로 한 소송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모두 ‘원고 적격 없다’며 기각됐다.

예를 들어 충주시 주민들은 2006년 가금~칠금 도로 확포장 공사로 인해 남한강 유역 쇠꼬지 폐갱도 내에 서식하는 황금박쥐 등이 생존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며 충주시장을 상대로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하지만 2008년 원고 ‘황금박쥐 등’의 소 제기는 취하됐다. ‘어느 황금박쥐가 사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인지 특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가 소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다.

한국과 후쿠시마 앞바다를 오가는 고래 중 식별 가능한 개체들만 추린 이유다. 김도희 변호사는 “춘삼이, 복순이, 제돌이 들어보셨죠?”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들은 수족관에 살다가 방류돼 제주 연안에 살고 있는 돌고래들이다. 제주의 남방큰돌고래는 등지느러미 생김새로 특정이 가능하고, 저마다 이름이 붙여져 있기도 하다.

변호사들은 춘삼이, 제돌이와 같은 남방큰돌고래 110개체, 그리고 국립수산과학연구원의 자료 등에서 특정되는 밍크고래 4개체, 큰돌고래 50개체를 정리했다. 김도희 변호사는 “밍크고래의 경우 동해, 남해, 동중국해, 일본 서쪽 후쿠시마 앞바다를 계절별로 왔다갔다하면서 살아간다”고 했다. 고래 선정에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도움을 주었는데, 이 단체는 고래들의 후견인으로도 지정됐다.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관에서 지난 16일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제기’ 기자회견에서 조영선 민변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관에서 지난 16일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제기’ 기자회견에서 조영선 민변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은 소수의견도 존중받는 판결
두 변호사 “선례를 만들고 싶다”

■ 헌법소원이라서 더 기대되는 이유

두 변호사는 청구서를 작성하면서 ‘헌법소원’이기 때문에 비인간동물의 법인격이 인정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됐다고 했다.

김소리 변호사는 “사실 헌법의 기본권 주체는 ‘국민’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 판례를 보면 국민이 아닌 외국인도, 법인도, 법인이 아닌 사단의 권리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이라는 점에서, 국가의 철학을 나타낸다. 두 변호사는 이 지구를 인간만이 누리고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지구의 모든 구성원을 아울러 봐야 한다는 ‘지구법학적’ 관점을 가져와 ‘우리 헌법에도 자연물이 청구권자로 들어올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는 취지로 논리를 펴나갔다고 했다.

김소리 변호사는 “물론 적극적인 해석이 필요한 건 맞다”면서도 “우리가 기후변화 등으로 달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헌법소원조차도 되지 않는다면 법 체계 안에 자연물의 목소리는 들어올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그러면 앞으로 이 지구에 희망이 있을까”라고 했다.

김도희 변호사는 비인간동물의 법인격을 인정하는 것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했다. 그는 “중남미, 인도, 뉴질랜드 등에는 강이나 호수와 같은 자연물, 그리고 소와 오랑우탄 같은 동물들의 법인격을 인정한 판례들이 많다”고 했다.

동물권에 천착해온 두 변호사는 이번 청구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4만여명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이번 헌법소원에 몇 천건의 피해 사례들이 모였고, 그 이야기들로 인해 후쿠시마 오염수를 더 심각한 문제로 인지하게 됐다고 했다. 김도희 변호사는 “해양 다이빙을 하는 분들이 자신들의 취미를 통해 바다를 사랑하게 됐는데, 그것을 다 잃어버릴 것 같다고 표현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틀 앞으로 방류가 임박한 지금, 몇년이고 걸릴 수 있는 헌법소원의 효용을 묻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두 변호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30년 방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말한다.

이번 헌법소원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다. 청구인 중 ‘고래’는 각하되고 나머지 청구인들만 본안에 상정될 수도 있다. 김도희 변호사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동물들이 재판정에 주체로 서는 게 제 꿈”이라며 “지금까지 한국에서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 선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김소리 변호사는 “작은 소수의견일지라도, 유의미한 판결이 나오면 정말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두 변호사는 말했다. “고래도 청구권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저희는 이미 청구서를 쓰면서 설득이 다 됐거든요. 자신이 있어요. 절대 허황되지 않다는 것, 진지하게 판단을 받으려고 한다는 걸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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