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선월드와이드 한국 대표 이준모
한국은 ‘빈곤국→선진국’ 롤모델
행정 지원 등 무형적 ODA 중요
“한국의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공적개발원조(ODA)가 차지하는 비율은 0.17%다. 연봉이 1000만원이면 1만7000원만 기부하는 꼴이다. ODA 지출이 많다고 할 수 있을까?”
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컨선) 한국 대표는 지난 6일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컨선은 지난 56년 동안 최극빈 지역에서만 활동을 해온 국제인도주의단체다. 컨선은 지난해 2월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에서 1년 넘게 구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 정부가 ODA 예산을 지난해 대비 40% 이상 확대한 데 대해 이 대표는 “규모가 늘어난 것은 좋지만, 우크라이나 지원에 치중해 기존 ODA 예산이 커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정보기술(IT) 등 디지털 지원이 늘었지만 전기가 부족한 나라에 IT를 지원하는 것인 만큼 현장 중심의 ODA가 펼쳐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돈만 보내는 것은 대상국과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거래’하는 느낌만 남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외교와 ODA 정책이 원보이스로 추진돼야 한다. 현장 ODA를 통해 그 나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곧 협상력이 되는 것”이라며 “아프리카와 남미 등이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현장을 잘 아는 것이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개발도상국에 대한 유상원조기금인 대외협력기금(EDCF) 예산을 늘리기로 한 것을 두고 이 대표는 “좋은 취지로 본다”면서도 “정작 (현장) 사무소가 부족해 확장성 측면에서 중국과 일본에 비해 많이 뒤처졌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중추국가라는 기치를 내걸고 글로벌 리더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선 EDCF와 ODA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EDCF 등 금전 지원 외에도 행정 지원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무형적 원조도 지속해서 추진돼야 한다고 봤다. “개발도상국에선 미국과 중국이 아닌, 빈곤국에서 선진국이 된 한국이 유일한 롤모델”이라며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행정 시스템과 노하우를 많은 국가에서 배우러 오고 정부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비용도 적게 들뿐더러 각국의 니즈도 있고 우리도 의지와 역량이 있는 만큼 친한파를 만들 좋은 기회”라며 “미국의 케네디스쿨 출신들이 얼마나 정치를 장악하고 있는지를 보면,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기아가 종식되지 않고 있는 이유와 관련해 그는 “옛날엔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주는 단기적인 방식으로 원조가 진행됐지만,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로 전환되면서 기아가 개선되고 있었다”며 “분쟁, 기후변화, 코로나19 등 3가지 원인이 기아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아지수가 정체되거나 일부 지역에서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대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의 현재 상황에 대해선 “생각보다 피해 규모가 커 복구가 많이 이뤄지지는 않은 상태”라며 “아파트가 무너져 이를 부수고 다시 짓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이재민 대부분이 아파트 철거 현장 옆 비공식 정착촌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여름에는 텐트 안 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갔는데 지금은 영하 10도일 정도로 열악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국민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기부하신 금액이 컨선을 통해 지원되면서 튀르키예 국민들도 한국이 많이 도와줬다는 걸 알게 되고 고마워했다”며 “컨선이 튀르키예를 도울 수 있었던 것도 민간의 원조 덕분인 만큼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인도주의 활동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