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국민 간식’을 가장 잘 만드는 한국인···“하나에 모든 걸 걸었어요”

박용필 기자
지난 10일 서용상 블랑제(제빵사)와 아내 양승희씨가 최근 서울 서초구에 문을 연 한국 매장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박용필 기자

지난 10일 서용상 블랑제(제빵사)와 아내 양승희씨가 최근 서울 서초구에 문을 연 한국 매장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박용필 기자

“갓 100일 넘은 아들은 심장병을 앓았어요. 남편은 늦깎이 신학대학원생이었고요. 집에 공부방을 차려 아이를 돌보며 돈을 벌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학교를 그만두고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거예요. 기가 막혔습니다.”

양승희씨(55)는 26년 전 남편이 처음 제빵사가 되겠다고 할 당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말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남편 서용상씨(54)는 지난해 프랑스 최고의 ‘플랑’ 장인을 가리는 제빵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플랑’은 프랑스인의 ‘국민 간식’이다. 2013년엔 유럽인의 ‘쌀밥’인 바게트 제빵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빵집을 낸 첫 한국인도 그였다. 지난해 국내 방송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소개가 됐다. ‘프랑스인이 한국에서 최고의 김치 장인으로 인정받은 격’이라는 찬사가 그에게 따라붙는 이유다.

부부는 최근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나는 파리의 한국인 제빵사입니다>를 냈다.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부인 양씨는 “지난해 방송이 나간 뒤 한 한국분이 남편을 찾아왔다. 삶을 포기하려다 남편의 사연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우리의 삶을 다른 이에게 들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부부의 삶은 ‘무모함’의 연속이었다. 물리학도에서 철학도로, 다시 신학자로 진로를 바꿨던 서씨는 30살의 나이에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늦깎이 제빵회사 견습생이 됐지만 경쟁자들은 이미 6~7년의 경력이 있었다. 경쟁력을 갖추려 제빵 산업이 발달한 일본으로 연수를 떠났다. 그러나 학생 비자를 받지 못해 2주 간격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1년 뒤 온 가족이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로 향했다. 들고 간 돈은 1억원이 채 안 됐다. 연고도 경험도 없고, 프랑스어도 못했다.

서씨는 “빵 하나에 모든 걸 걸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친 짓일지 몰라도, ‘빵을 제대로 만든다’는 목표를 놓고 보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고 그에 따른 위험이나 고생은 대가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아내 양씨는 “프랑스 정착 초기 정식 급여를 받지 못하는 연수생 신분일 때에도 남편은 매장에서 전화가 오면 언제든지 나갔다”며 “연수가 끝난 뒤 해당 업체가 남편과 동업을 해줘서 프랑스에 남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 구우면 품이 많이 드는 탓에 프랑스 빵집 80%가 공장에서 바게트를 사 와 ‘전통 바게트’인 것처럼 판다”라며 “그런데도 남편은 하루 7번씩 진짜 ‘전통 바게트’를 구워냈다”라고 덧붙였다.

서씨는 “‘왜 빵이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라며 “내가 확실하게 아는 건 내가 빵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하지 않으면 가슴이 공허해질 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삶을 권유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가 실패하지 않은 건 사실 운 때문”이라며 “프랑스에서 내게 연수 기회를 주고 동업해 준 업체 대표, 그 대표를 소개해 준 어학원 선생님, 내가 외면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나를 믿어 준 아내, 이런 행운들이 없었다면 실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꼭 그렇게 살아야겠다면 하나에 모두를 거는 바보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공할 때까지 계속되는 실패를 버티려면 그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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