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관광은 뒷전, 배구 응원이 먼저죠”

글·사진 닌빈 | 배재흥 기자

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 ‘찐팬’들의 남다른 여름휴가

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를 응원하기 위해 VTV컵이 열리는 베트남 닌빈까지 찾아온 팬들이 경기장에서 인터뷰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유수연, 최지인, 이주희씨(오른쪽부터).

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를 응원하기 위해 VTV컵이 열리는 베트남 닌빈까지 찾아온 팬들이 경기장에서 인터뷰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유수연, 최지인, 이주희씨(오른쪽부터).

2024 VTV 컵대회 출전 맞춰 ‘소수 정예’ 베트남 원정 관람
“현장서 봐야 제대로 배구 매력 느껴…조직력 뛰어나 좋아해”

베트남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건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베트남 통계총국(GSO)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관광객 수는 359만명에 달했다. 관광이 아닌 ‘배구 경기’를 보러 베트남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베트남의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팬심을 가진 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 팬들이다. 도로공사는 24~31일 베트남 닌빈에서 열리는 2024 베트남텔레비전(VTV) 컵대회에 참가 중이다.

도로공사는 24일 필리핀의 페인트 마스터스와 A조 첫 경기를 치렀다. 홈팀 베트남 경기가 아니라 체육관엔 빈 좌석이 많았는데, 유독 눈에 띄는 관람객들이 있었다. 5명으로 이뤄진 ‘소수 정예’ 도로공사 팬들이었다.

이들은 각자 좋아하는 선수 유니폼과 응원 도구를 들고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을 힘껏 응원했다. 도로공사는 이날 일당백 팬들의 응원 속에 3-0 완승을 거뒀다. 사실 도로공사에 VTV컵 우승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다가오는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선수들끼리 손발을 맞추기 위해 훈련 목적으로 참가한 대회다. 5명의 팬은 도로공사가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대회가 아닌, 그것도 비교적 덜 알려진 닌빈에서 열린 VTV컵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여자배구와 도로공사 ‘찐팬’들이 여름휴가를 즐기는 방법이다.

세터 이윤정을 제일 좋아하는 유수연씨(31)는 “국가대표 경기가 아니면 외국에 나가 선수를 응원할 일이 많이 없는데, 마침 기회가 돼서 연차를 쓰고 여름휴가 겸 베트남에 왔다”고 설명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GS칼텍스에서 도로공사로 이적한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의 팬인 이주희씨(27)는 “이적 뒤 첫 공식 경기인데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날개 공격수 문정원을 응원하는 최지인씨(30)는 “도로공사 경기가 없는 날엔 관광을 해볼까 생각 중인데 일단 관광은 뒷전이고 배구가 1순위”라며 미소지었다.

아직 ‘배구의 계절’이 찾아오지 않은 현재, 한국에선 프로야구가 기록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에서 ‘배구 팬’으로 사는 것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다. 인터뷰에 응한 팬 3명은 모두 “100점 만점”이라고 답변했다. 그래도 프로배구의 인기가 지금보다 더 커지길 바라는 마음은 똑같았다. 유씨는 “배구의 매력은 현장에서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배구를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라며 “도로공사 홈구장이 있는 김천은 차도 잘 안 막힌다. 새 시즌엔 더 많은 분이 와주셨으면 한다”고 진심을 담았다.

최씨는 “배구는 팀 스포츠라서 누구 한 명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팀으로서 잘해야 하는 종목”이라며 “도로공사는 그런 점에서 조직력도 좋고, 원팀으로 움직이는 팀이라 더 좋아한다”고 도로공사의 장점을 자랑했다. 팬들은 다시 ‘봄배구’를 준비하는 도로공사 선수들의 선전을 한마음으로 바랐다. 이씨는 “단기간에 우승하면 좋지만,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부담 갖지 말고,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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