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천국 같은 1년 보내셨다”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로 구성된 경북 칠곡 할매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 멤버인 서무석 할머니가 별세했다. 향년 87세.
칠곡군 지천면 황학골에서 태어난 서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등 시대적 상황으로 한글을 배우지 못했다. 이후 칠순이 넘어 칠곡군이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워 가난과 여자라는 성별을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한 아쉬움에 대한 시를 썼다. 그는 지난해 8월 성인문해교실을 통해 한글을 깨친 할머니로 구성된 8인조 힙합그룹 ‘수니와 칠공주’의 멤버로 뽑혔다. 이후 각종 방송과 국가보훈부의 ‘보훈아너스 클럽 위원’으로 활동했다.
서 할머니는 지난 1월 림프종 혈액암 3기로 3개월 이상 생존하기 힘들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 그룹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걱정에 가족을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도 투병 사실을 알리지 않고 활동을 이어왔다.
할머니는 지난 4일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글주간 개막식’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6일부터 건강이 나빠져 대구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할머니의 장녀 전경숙씨(65)는 “시한부 3개월 판정에도 랩을 하는 행복감으로 이겨 내셨다”며 “평생 누리지 못했던 천국 같은 1년을 보내고 떠나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