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신년 회견 안팎
박 정권 실정 조목조목 ‘융단폭격’…야권 통합 자극
선대위·비대위 구성되면 사퇴 뜻…설 전 완료될 듯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63)의 19일 신년 기자회견은, 거취 문제로만 좁혀보면 종전 입장을 공식화하고 실행 의지를 확인한 자리였다. ‘사퇴’ 카드와 함께 야권 통합 의제를 던지며 4·13 총선을 향한 예고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백의종군’ 선언하며 정부 비판
문 대표는 대표직 사퇴와 관련해선 “선대위가 안정되는 대로 빠른 시간 안에 물러나겠다”며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선대위가 총선에서 전권을 행사할 것” “선대위는 총선 시기 당 지도부”라며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전권을 넘기겠다는 의사도 재확인했다.
문 대표는 “오늘 분명히 밝힌 것은 사퇴 의지”라고 했다. 이어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와 정의당에 공개적·공식적 논의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며 통합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문 대표는 회견 상당 부분을 박근혜 정부 실정 비판에 할애했다. 200자 원고지 28.6장 분량의 회견문 중 5.5장이 정부 비판이었다. 불평등, 경제성장률, 수출실적, 세수부족, 가계부채, 청년실업률, 노인빈곤율, 전·월셋값, 불통, 식물여당, 교과서 국정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북한 4차 핵실험 등을 조목조목 짚으며 맹공했다.
■“총선 승리 위해 모든 방법을…”
그러나 기자들 질문은 문 대표 거취와 야권 통합에 집중됐다.
- 국민회의·정의당과의 통합 논의는 김종인 위원장도 공감하나.
“김 위원장도 이견이 없다.”
- 총선에서 부산이나 수도권 출마 생각은.
“저는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둔 상태다. 아직까지 그 생각에 변함없다.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돕겠다.”
- 호남 민심 이반에 대한 당 안팎 우려가 높다.
“호남 바깥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정당을 만들어낸다면 호남 민심도 우리 당을 선택해주실 거라고 믿는다.”
-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나.
“무한책임을 져야 하고, 지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총선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겸허하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인정해야 하지 않겠나.”
- ‘이승만 국부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정부 수립 후 최초로 발행한 관보를 보면 ‘대한민국 30년’이라고 표현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국부라거나 ‘1948년 건국’이라는 역사인식은 맞지도 않을뿐더러 대한민국 정통성을 훼손하는 말씀이라 생각한다.”
■이르면 이번주 전권 이양
문 대표가 선대위에 전권을 넘기겠다고 한 만큼 ‘김종인 선대위’는 더민주를 법적으로 대표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위상을 가질 공산이 크다. 선대위 구성과 ‘선대위=비대위’ 인정 여부는 최고위원회의와 당무위원회를 거쳐 결정된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이날 사퇴를 선언하는 등 최고위원회의도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이 선대위 구성안을 발표하면 1~2일 뒤 당무위에서 선대위에 모든 권한을 이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선대위 구성안이 20일 나올 경우 문 대표 사퇴 절차는 이번 주중 마무리되고, 더민주는 본격적인 총선 체제에 접어들게 된다.
문 대표는 사퇴를 공식화한 이날, 2012년 대선 출마를 계기로 거처를 옮겼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떠나 서대문구 홍은동으로 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