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서도 없이 참여” “이란 문화사업 맡는 건 청 작품”
‘박근혜 선거 운동’ K스포츠 초대 이사장 자격도 논란
새누리당의 복귀로 국정감사가 정상화된 지 이틀째인 5일에도 국감 초점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정권 차원의 특혜 지원과 ‘비선 실세’ 개입 의혹에 맞춰졌다. 야당 의원들은 국토교통위·기획재정위·정무위·법제사법위 등에서 새로운 의혹을 쏟아냈다. 두 재단이 사업 주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의 외압부터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의 자격 문제, 국무총리실의 특혜 제공, 법원의 초고속 등기 의혹까지 전방위적이었다.
■미르재단, 청와대 회의에 참석
국회 국토위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감에선 미르재단이 이란과의 문화교류사업 주체를 맡게 된 과정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미르재단은 지난 5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 때 LH와 포스코건설, 이란교원연기금이 체결한 ‘문화상업시설 건설협력에 대한 양해각서’에서 주요 사업인 K타워 프로젝트의 주체를 맡은 것으로 전날 드러났다.
국감에선 이란 방문 전 두 차례 ‘청와대 연풍문(방문객 안내소) 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 LH 측과 미르재단 이한선 상임이사가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청와대 회의에 미르재단이 참석한 것이 사업을 맡는 데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어떻게 회의에서 처음 만난 단체를 사업 파트너로 할 생각을 했나”라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도 “미르재단의 참여는 전적으로 청와대 결정이고, 청와대 작품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더민주 안호영 의원은 “사업제안서나 계획서도 없이 말만 믿고 양해각서에 넣은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강훈식 의원은 “문화예술 전문법인이 939개가 있는데 다 제외하고 왜 미르재단인가”라고 따졌다. LH 박상우 사장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출자해 만든 재단이어서 공신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청와대 언질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K재단 초대 이사장 대선 때…’
기재위의 기획재정부 국감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선거운동 이력이 있는 K스포츠재단 정동구 초대 이사장의 자격이 도마에 올랐다. 더민주 윤호중 의원은 “비영리법인 요건을 충족하려면 대표자가 특정 정당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선관위에 확인해보니 미르·K스포츠 재단 대표자의 선거운동 사실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나 기재부 확인 요청이 없었다고 하더라”고 질타했다. 이어 “정 전 이사장은 2012년 ‘신뢰와 공감’ 포럼을 만들어 박 대통령 선거운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대표 자격으로 문제없다고 봤다”고 대답했다.
더민주 박광온 의원은 “청년희망펀드,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기업이 내는 기금이 올해만 20조원에 이른다”며 “강제성이 인정될 경우 지정기부금 지정단체에서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르재단 등기 6시간17분 만에
정무위의 총리실 국감에서도 특혜 제공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은 “총리실이 미르재단이 참여한 코리아에이드 사업을 추가하기 위해 5월 확정한 ‘공적개발원조(ODA) 5개년 기본계획’을 8월 수정 의결했다”며 “꼬리가 몸통을 흔든 격”이라고 지적했다. 더민주 전해철 의원은 두 재단이 허위·위조된 문서로 초고속 설립 허가를 받은 점을 지적하며 “공직복무관리관실이 문체부를 상대로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에 대한 법사위 국감에서는 미르재단 등기가 6시간17분 만에 초고속으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더민주 정성호 의원은 “2014년 11월26일부터 2016년 8월24일까지 서울지방법원 등기국 조사기록6계가 처리한 26개의 비영리법인 등기의 평균 처리 기간이 ‘2일 9시간29분’이었다. 당일 등기가 완료된 경우는 미르재단이 유일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시민단체의 고발 사건을 형사8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형사부에 배당한 것을 두고 ‘수사 의지가 적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