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배·산정 기준 등 언론중재법 개정 의견분분읽음

탁지영 기자

‘최대 5배 배상액’ 주장 등 논란

언론계·야권 “언론에 재갈” 지적

언론학계 “배상액 상향 긍정적”

허위·조작 정보를 보도한 언론에 최대 5배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국회 논의가 16일 보류됐다. 당초 이날 예정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가격리로 무산되면서 언론중재법은 오는 22일 이후 다시 논의된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와 손해배상액 설정 기준 등이 적합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국민의힘은 “언론 재갈 물리기 법”이라고 반대하면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허위·조작보도에 의해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등을 당한 사람이 기준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배상을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정보도 청구가 있을 경우 그 사실을 인터넷 기사의 제목이나 본문 상단에 표시해 내용을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자체다. 지난 6일 열린 문체위 법안심사소위 임시회의록을 보면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최대 5배 청구 조항이 신설된 이유는) 언론사는 허위보도를 해서 손해배상 의무를 지더라도 금액이 500만원 내외라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계에서는 언론 자유 제한이라고 반발한다. 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는 지난 6일 ‘언론개혁 입법안에 대한 언론 현업 4단체 입장 발표’를 내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형법상의 명예훼손죄에 따른 형사처벌 제도와 민사상 손해전보제도가 병립하고 있는 법체계를 고려할 때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며 “언론 자유에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다수”라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도 지난 14일 성명서에서 “징벌적 손배제는 정부정책의 비판이나 의혹 보도 등을 봉쇄하는 ‘입막음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여권의 태도가 노골화됐다”며 “언론 장악을 위한 법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국민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모든 당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손해배상 청구액 하한선을 설정하자는 조항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 통합안은 ‘언론사 매출액의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 중에서 종합하여 정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의 경우 매출액이 높은 회사일수록 배상액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소위에서 “(언론사) ‘매출액의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까지로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정도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오영우 문체부 제1차관은 “검토한 바로는 하한액을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언론학계는 찬반이 엇갈리지만 대체로 손해배상액을 올릴 필요는 있다고 봤다. 다만 공적 관심사와 연결돼 있는 언론 특성을 고려할 때 다른 법률과의 정합성을 고려해 그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지금까지 언론사가 제재받는 벌금은 500만원 수준이었다. 실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가짜뉴스나 허위·조작 보도를 했을 때 책임이 무겁지 않으면 언론사들이 제대로 검증할 수 있겠는가. 하한선 설정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언론사가 자초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현재 명예훼손 손해배상 자체가 상향해야 한다는 데 대해선 의견이 많이 모아진 것 같다”면서도 “언론 보도의 상당 부분은 공인 등과 연결돼 있어 법령 조항이 가중돼 있으면 위축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비판 자유도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민주당이 내세운 ‘최소 3배~최대 5배’라는 수치에 대해선 “증거 기반적이어야 한다. 법 체제와의 정합성, 이익 균형성 등을 따져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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