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는 22일 과로사, 물류센터 화재, 소비자 갑질 방치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온라인 유통업체 ‘쿠팡’에 대해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합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을지로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 제3의 장덕준이 나오지 않도록 유족을 대리한 택배과로사대책위원회와 쿠팡(쿠팡풀필먼트 포함) 사이에서 재발방지대책을 중재해 왔지만 쿠팡은 유족 측이 양보한 핵심적 과로사 방지 대책 대부분을 거부했다”며 “현 시점에서 을지로위의 중재는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원들은 “과로사 방지대책 합의를 10개월이나 지연하고 청년 노동자 과로사의 원인과 직결된 ‘야간 연속근로 일수’와 ‘연장근로 제한’을 거부하고 있는 쿠팡의 태도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쿠팡은 익일배송과 새벽배송을 앞세운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으로 국내 유통업계를 장악했지만, 노동자 과로사와 물류센터의 열악한 환경에서 비롯된 코로나19 집단감염, 지난달 덕평 물류센터 화재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엔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해 온 고 장덕준씨(당시 27세)가 목숨을 잃었다. 장씨는 야간 연속근무만 1년 넘게 해왔고, 사망시점을 기준으로 12주 평균 주당 60시간 가까이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은 “유족 측이 야간 연속근로와 연장근로 제한을 일관되게 요구했지만, 쿠팡은 야간 연속근무 6일에 연장근로도 1일 2시간 30분을 고수하면서 현재 합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쿠팡 측이 주장하는 대로 합의한다면 쿠팡 노동자들은 1일 최대 12시간 36분, 주당 75시간 36분까지 일하게 된다. 노동부 과로사 기준인 주당 60시간에도 무려 15시간을 초과하는 것이다.
의원들은 “현행 노동법을 위반함은 물론이고, 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몰 수 있는 위험한 합의를 유족 측과 을지로위원회가 어떻게 동의할 수 있겠냐”며 “실제 로켓배송의 이면에는 과로를 유발하는 노동조건과 열악한 작업환경이 있었다. 쿠팡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은 예견된 재앙이었다. 이제는 과로사로 내모는 쿠팡의 행태를 이대로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의원들은 쿠팡이 합의를 거부할 경우 야간노동을 제한하고, 과로사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등 엄중한 책임을 묻는 등의 ‘쿠팡 노동자과로사방지법’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냉방설비 없이 30도가 넘는 고온에서 주·야간으로 일하고 있다”며 “미국 증시에까지 공격적으로 진출한 혁신기업 쿠팡이라면 부디 노동자 생명과 인권 보호 조치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과감하고 혁신적인 결단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기자회견 내용에서 쿠팡이 주 6일 연속근로와 연장근로 2.5시간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과 다르다”며 “회사는 주 52시간 예외사업장임에도 주 52시간 수준에서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근로시간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을지로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용형태가 대부분 일용직인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용직만 고용해 일을 시키고 있고, 실질적인 근무 형태는 생계 목적의 일반 상시근로자와 동일한 수준”이라며 “야간에 계속 일하는 구조도 문제지만, 상시 근로 형태를 사실상 강요받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근로기준도 노동부 기준에 맞게 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