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버스가 출발하면서 대선 주자들 사이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1위를 지키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다른 주자들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1일 홍준표 의원과 사형집행 부활을 두고 “두테르테식” “두테르테 하수인”이라는 공방을 주고받았다. 자신의 원가주택 공급 공약을 비판한 유승민 전 의원과도 설전을 벌였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의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한 뒤 기자들을 만나 ‘흉악범은 사형시켜야 한다’는 홍 의원 주장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은 “흉악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이고, 우리 법 제도 자체가 그렇게 되도록 설계가 돼 있다”면서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이 형사처벌인 사형 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두테르테식”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즉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나를 두테르테에 비유한 것은 오폭(誤爆)”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두테르테이고 귀하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었다”고 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문 대통령이 적폐수사를 지시하자 중앙지검장으로 벼락 출세한 보답으로 득달같이 우리 진영 사람 1000여명을 무차별 수사해 200여명을 구속하고 5명을 자살케 한 분”이라고 부르면서 “적폐수사를 반성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하는 것이 순서”라고 썼다.
유승민 전 의원도 SNS에 “문재인 권력의 칼 노릇을 하던 윤석열 후보가 수없이 행한 무리한 구속, 수사, 기소, 구형을 온 천하가 알고 있다. 홍준표 후보가 두테르테라면 윤 후보는 뭐라고 해야 하느냐”고 했다.
장성민 전 의원은 SNS에 “윤 전 총장은 주한 필리핀대사를 예방해 두테르테 대통령 비하 발언을 정중히 사과하라”면서 “자유당식 건달정치를 하고 있는 윤 전 총장이 한국과 우방국 필리핀과의 국가외교를 치명적으로 훼손시키며 국익침해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인사동 공정개혁포럼 출범식에서 축사한 뒤 기자들에게 “‘두테르테 (비유에) 민감하게 반응하신 것 같다”면서 “흉악범죄에 대해 사형을 시키는 것은 사법부에서 할 문제이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국민들이 흉악범죄 피해 입지 않도록 철저하게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 전 의원도 언쟁에 가세한 데 대해선 “한 마디 하면 다들 벌떼처럼 말씀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 측이 윤 전 총장 부동산 공약을 포퓰리즘으로 비판하면서 양측 간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 전 의원 캠프 경제정책본부장인 유경준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윤 후보의 원가주택, 계획대로라면 2000조(원) 국가손실(이 난다)”고 주장했다. 통계청장 출신의 유 의원은 유 전 총장의 원가주택 공급 공약에 대해 “서울 시내 국공유지에 SH공사가 지은 아파트 단지의 건설원가를 기준으로 시세와 대비하여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면서 “실현불가능한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윤 전 총장은 “그런 걸 바로 가짜뉴스라고 하는 것”이라며 “원가주택은 재정부담이 들지 않는다. 초기 투입 비용이 나중에 주택 분양 뒤 회수되고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금융 비용도 원가에 산정이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9일 첫 공약으로 발표한 원가주택은 무주택 청년가구가 분양가의 20%로 주택을 구입하고, 나머지 80%는 30년 이상 저리로 갚아나가게 하는 안이다. 5년 이상 거주한 뒤 주택 매각을 원하면 국가에 되팔고 주택 가격 상승분의 50~70%를 가져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