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 질적으로 다른 위기에 놓인 윤석열읽음

유정인 기자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대선 가도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치참여 선언 후 70여일간 맞딱뜨린 크고 작은 고비 중 잠재된 폭발력이 가장 크다. 공격은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여러 갈래 방향에서 쏟아지지만 지원군은 적다. ‘믿을 구석’인 지지율은 정체 상태다. 위기 돌파 여부에 따라 야권 대선구도 전체가 출렁일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사주 고발 의혹이 불거진 지 나흘째인 5일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고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선 “정권교체 의지를 국민들께 확실히 보여주자”고 짤막한 인사를 했다. 그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은 갖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앞서 “총장 재직 중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고발 사주한 바가 없다”(지난 2일), “선거를 위한 권언(권력과 언론)의 정치공작”(지난 3일)고 직접 의혹을 반박해 왔다.

윤 전 총장의 부인에도 의혹이 단번에 사그라들긴 어려운 국면이다. 대검찰청은 이미 감찰에 착수했고,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선 더불어민주당의 파상공세가 예정돼있다.

이같은 의혹으로 윤 전 총장은 질적으로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총장 재직 시절 측근 검사를 통해 여당 정치인과 기자들 고발을 국민의힘에 사주했다는 의혹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자 행위자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있다. 앞서 도덕성 관련 의혹이 주로 윤 전 총장 본인이 아니라 가족에 대해 제기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윤 전 총장이 내세운 화두인 ‘공정과 상식’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사실관계에 따른 파괴력이 크다.

윤 전 총장 측은 의혹 제기를 “정치공작”으로 규정했지만, 국민의힘 전체 차원의 지원은 뒤따르진 않고 있다. 지난 3일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들은 이를 “공작정치”로 규정했지만 당 지도부 차원의 공식 대응은 아니다. 당장 이준석 대표는 사실관계가 파악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KBS1 TV 인터뷰에서 “검찰에서 내부감사를 통해 빨리 결론을 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면서 “(당무감사에 착수하더라도) 당무가 아닌 것은 취조할 수 없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대표는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이 추가 자료를 갖고 연관성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윤 후보가 이에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검의 감찰조사 결과와 의혹 관련 추가 보도 여부를 주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주진 않는 모습이다. 또한 당 차원의 진상 규명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윤 전 총장 측과의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내 경쟁 주자들의 공격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윤 전 총장으로선 여당의 파상공세와 함께 당내 비판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곧 드러날 일을 공작정치 운운으로 대응하는 것은 기존 정치인들이 통상 하는 무조건 부인하고 보자는 배 째라식 후안무치 대응”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진실을 고백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썼다. 그는 전날에는 “박근혜·이재용은 묵시적 청탁설로 엮었고, 박근혜·최순실은 경제공동체론으로 엮었지 않나”라며 “그 이론대로 하면 총장 최측근의 수사 공작은 (윤 전 총장의) 묵시적 지시설로 엮일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SNS에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찰총장의 공권력을 사유화한 헌법유린 범죄”라면서 “만약 알고 있었거나 관여 혹은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후보직을 사퇴할 것인가”라고 적었다.

윤 전 총장의 대세론도 기로에 놓였다.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도 윤 전 총장은 야권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입당 이후 뾰족한 반등을 보이지 못했다. 반면 2위 주자인 홍 의원의 상승세는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에 따른 진실공방 국면이 장기화하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부활절 앞두고 분주한 남아공 초콜릿 공장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