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친문 행보’ 효과 없었나…‘친문 권리당원’ 이재명 몰아줬다

김상범 기자
지난 4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왼쪽)와 이낙연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왼쪽)와 이낙연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충청지역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초반 승기를 잡으면서 이낙연 전 대표 캠프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이 전 대표는 역전을 위한 카드로 친문계 인사들과의 제휴에 기대를 걸었지만 주류 당심을 끌어안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의 최근 ‘친문재인’ 행보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문 성향의 당원들은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이재명 후보의 난투전에서 비롯된 감정적 앙금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의 대세론을 밀어주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5일 세종·충북 권리당원 투표에서 29.26%를 득표했다. 이재명 지사의 득표율인 54.94%의 절반 수준이다. 전날의 대전·충남 권역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이 지사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55.21%를 기록하며 과반 표를 가져갔다. 이 지사 본인도 결과를 두고 “내 생각보다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할 만큼 예상 외의 큰 격차였다.

당 내부에서는 친문 성향 권리당원들이 이 지사를 전폭 지지한 것을 주목한다. 이 지사가 19대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와 날카롭게 각을 세운 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지사를 두고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번졌다. 특히 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권리당원들은 이 지사 비토 정서가 유독 강했다는 평가다. 입당 신청만 하면 자격이 주어지는 일반당원들과 달리 당비를 납부하는 권리당원들은 각종 당내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 지지층 여론에 미치는 입김이 세다. 이 전 대표는 70만명에 달하는 권리당원 표심을 잡기 위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잇는 민주당 정권 계승자를 자처하며 반이재명 정서에 호소해 왔다.

이 전 대표의 친문 행보는 그의 지지율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지난달 이후 가속화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현역 의원 중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종민·신동근 의원 등과 잇따라 검찰개혁 등을 주제로 토론을 가졌다.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 친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이사장인 도종환 의원과도 각각 정치개혁과 정권 재창출 등을 주제로 간담회 일정을 계획하는 등 친문과의 접촉면을 늘려 왔다. 홍 의원을 비롯한 주요 친문 의원들은 그동안 특정 후보 캠프에 몸담지 않고 중립지대를 자처해 왔다. 이 전 대표 측에서는 “이 지사와의 격차를 10% 안쪽으로 좁히면 친문 의원들의 지지선언이 뒤따를 것”이라며 일종의 역전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충청에서 이 지사가 친문 권리당원 표를 대부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전 대표 측의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4년 전 ‘문재인·이재명 대결’에서 촉발된 해묵은 앙금보다는 “될 사람 밀어주자”는 대세론을 따랐던 것이다. 박주민·이재정 의원 등 친문 성향이면서 개혁 강경파로 분류되는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이 지사 캠프에 참여한 사실이 권리당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5일 세종·충북에서도 이 지사가 과반의 권리당원 표를 가져간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이 전 대표 캠프는 당황한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원들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며 “메시지와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재고를 해 봐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친문·개혁 성향의 메시지 및 이 지사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 등 전반적인 전략에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통화에서 “이 지사에 대한 친문 당원들의 불신은 아직 남아있겠지만, 야권 후보들과의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는 줄곧 이 지사가 경쟁력이 더 있는 것으로 나오는 만큼 이들에게는 ‘정권 넘길 수는 없다’가 첫 번째 기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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