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사의·번복, 반쪽 경선 서약식…국민의힘 ‘룰 내전’ 격화읽음

심진용 기자

정, 사의 표명에 이준석 “무한한 신임” 만류…반려로 ‘봉합’

‘역선택 방지’ 반대 홍준표 등 4명 불참…경선 출발부터 ‘삐끗’

방지 조항 찬성했던 황교안·최재형 “룰 수용”…윤석열 고립

<b>정중히 “지지합니다”</b>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거관리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정홍원 선관위원장을 향해 몸을 굽혀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중히 “지지합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거관리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정홍원 선관위원장을 향해 몸을 굽혀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의 출발을 알리는 당 공정경선 서약식이 파행으로 얼룩졌다. 경선 후보 4명이 여론조사 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반대하며 서약식에 불참했다. 정홍원 당 선거관리위원장이 행사 직전 사의를 표명하고 이준석 대표가 만류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경선룰을 둘러싼 당 내홍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안상수 전 의원 등 국민의힘 후보 4명은 이날 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에 불참했다. 이들은 전날 공동 명의로 성명을 내고 “선관위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기로 한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 원안을 즉각 확정하라”며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공정경선 서약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성명에 동참했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은 행사에 참석했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앞서 당 지도부에 사의를 전달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고 당내 논란이 커지고 선관위 공정성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정 위원장을 만류하면서 사의 반려 형태로 봉합이 됐다.

이 대표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정 위원장이 강하게 (사퇴) 고민이 있으셨던 건 맞고, 만류를 세게 했다”면서 “이런 형태(행사 보이콧)로 후보들이 뜻을 관철하려는 것이 상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약식 모두발언에서 “정 위원장께서는 당 지도부의 무한한 신임과 지도를 받고 계시다”면서 “최근 당내 혼란에 정 위원장께서 많은 고생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더 큰 성원과 신뢰, 지지를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선관위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 위원장에게 힘을 싣는 발언이다.

이 대표에 이어 발언에 나선 정 위원장은 “후보들이 많은 협조와 이해, 우리와 같이 힘을 모으는 노력을 해주셔야 한다”며 “선관위가 사심 없이 정한 룰에 협력하고 따르도록 해야지 따르지 않겠다는 태도는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행사 불참 후보들을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역선택 방지 조항 논란에 대해 “역선택 우려를 조금이라도 감소시키기 위해 역선택 조항이 있는 것과 없는 것 2개를 조사해 합산하자는 안이 나와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지 않는 안과 함께 논의한 결과 반반이었다”며 “주말에 시간을 가지고 결론을 내기로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서약식 직후 역선택 방지 조항 관련 논의에 돌입했다. 선관위는 지난 3일 2개 조사를 합산하자는 중재안과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지 않기로 결정한 경준위 원안을 두고 사실상 표결을 실시한 결과 6 대 6 동수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논의 결과에 따라 당내 갈등은 한층 격화할 수 있다.

경선룰을 두고 당내 1위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고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며 윤 전 총장과 같은 목소리를 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전날 입장문에서 “정해진 룰을 바꾸는 것이 가치관과 맞지 않다”고 밝히며 경준위 원안으로 선회했다. 황교안 전 대표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선관위 결론이 발표되면 후보들은 수용하면 된다”며 물러섰다.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주장했던 3명 중 윤 전 총장을 제외한 2명이 입장을 바꾸거나 물러선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약식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 관련 언급 없이 “우리 당이 정말 정권교체 의지가 있는지 국민들께 확실하게 보여드리는 경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만 말했다.

홍 의원은 SNS에서 “이제 윤석열 후보 한 사람만 남았다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아 역선택 운운하는 것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룰 개정을 하겠다는 것이냐”면서 “이미 결정된 경준위 안을 받아들이시고 순리로 가자”며 정 위원장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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