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네 번째 TV토론에서 외교·안보·통일 정책으로 맞붙었다. 핵공유와 전술핵 재배치, 모병제, 여성 징병제 등 쟁점에서 찬반이 갈렸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야당 주자들간 설전으로 번지기도 했다. ‘양강’인 홍준표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각각 “(총장 때 몰랐으면) 무능” “무능해서 죄송하다”며 부딪혔다. 유승민 전 의원과 윤 전 총장은 직전 토론회에서 벌인 대장동 의혹 관련 공방 연장전으로 “가족은 건드리지 마라”(유 전 의원) “매도하지 마라”(윤 전 총장)고 맞붙었다.
■“문석열”, “스스로 만든 말 아니냐”
전날 밤 녹화돼 29일 새벽까지 방송된 토론회는 첫 순서부터 찬반이 갈렸다. 차기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에 가져야 할 태도를 묻는 공통질문에 홍 의원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균형”을 주장하면서 이후 다른 후보들과 부딪혔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원칙을 세워서 대응하는 게 (북핵을) 인정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한 참모로 대북 정책을 만들어 문재인 2기, ‘문석열(문재인+윤석열)’이라는 말이 떠돈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홍 후보가 만든 말 아니냐”고 응수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미국의 전략핵을 가져와 핵균형을 맞추자는 것은 비핵화 체제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한·미동맹에 평지풍파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이 “그런 나약한 생각으로 대통령을 하려하느냐”고 답하자, 원 전 지사는 “말은 콜라, 사이다가 시원할지 몰라도 안보는 그러면 안된다”고 응수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을 겨냥해 “공약에는 국민안전에 위협받으면 핵공유를 미국에 강력 요구하겠다고 하고 5일 뒤엔 캠프에서 반대했는데 정확한 입장이 뭐냐”고 따졌다. 윤 전 총장은 “공약을 똑바로 안 읽은 모양”이라며 “기존의 대응이 계속 안되면 미국과 상의해서, 어쩔 수 없는 때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모병제 두고 “나라 말아먹어” “시비 거나”
여성징병제를 두고도 입장이 갈렸다. 홍 의원은 “여성징병제는 반대한다. 전통적으로 그렇게 해 왔고, 여성은 지원병제로 보충하면 된다”고 한 반면, 하태경 의원은 “이제 남녀가 같이 국방도 책임지는 시대가 돼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원 전 지사도 “남녀 징병제도 여성희망복무제를 도입해 중립적으로 해야 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냈고, 유 전 의원도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홍 의원 공약인 차기 대통령 임기내 모병제 전환 계획을 둘러싼 언쟁도 나왔다. 하 의원은 모병제 전환 규모에 대해 홍 의원이 “한 30만명을 하려고 한다”고 하자 “나라 말아먹겠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 의원이 “시비를 걸려고 나온 건지, 자기 공약은 없다”고 답하고, 하 의원이 다시 “완전히 구라 공약”이라고 하는 등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 주자간 신경전으로 번진 대장동 의혹
대장동 의혹을 두고는 주자들간 신경전이 계속됐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대장동 사건이 악취가 처음부터 났는데, 검찰총장 재직할 때 전혀 몰랐나”라고 물었다. 윤 전 총장이 “몰랐다”고 답하자 홍 의원은 “그걸 몰랐으면 무능한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글쎄 뭐 무능해서 죄송하다”고 맞받았다.
유 전 의원과 윤 전 총장간 설전도 벌어졌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검찰 재직 당시 함께 일한 박영수 전 특검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오르내리는 것을 들어 “(박 전 특검은) 비리 덩어리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인가” 등을 물었다. 윤 전 총장은 “가까운 사이”라면서 “(대장동 사건)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26일 토론회에서 유 전 의원이 대장동 의혹에 법조인들이 대거 포함된 것을 지적하자 윤 전 총장이 유 전 의원 부친 등의 법조인 경력을 언급한 것을 두고 여진이 이어졌다. 유 전 의원은 “가족은 건드리지 말자. 제가 윤 후보 부인과 장모 의혹에 대해 한 번도 얘기 안했다”고 불쾌함을 내보였다. 윤 전 총장도 “다른 사람도 다 가족이 있다. 그런 식으로 매도하지 말라”고 맞서면서 긴장이 고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