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내로남불', 2022년 대선 부메랑 되나

유정인·박광연 기자
여야 '내로남불', 2022년 대선 부메랑 되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홈페이지의 공식 회의 발언과 논평에서 ‘내로남불’을 검색하면 지난 8월부터 5일 현재까지 각각 17건, 46건의 게시물이 나온다. 대체로 서로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최근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을 두고 맞붙었다. 국민의힘이 “면죄부를 주려는 민주당의 내로남불”(김기현 원내대표, 9월24일)이라고 하면, 민주당이 “야당 지도부가 내로남불 끝판왕”(윤호중 원내대표, 9월29일)이라고 맞받고, 다시 국민의힘이 “특검 거부는 내로남불”(허은아 수석대변인, 지난 2일)이라고 하는 식이다.

내로남불이 한국 정치를 읽는 열쇠말이 된 건 2019년 ‘조국 사태’ 때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자신과 상대에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행태를 지적하는 말이다. 당초 여당에 겨눠진 화살은 점차 정치권 모두에게 날아갔다. 20대 대선을 5개월 앞둔 현재도 내로남불은 여야 모두 안고 있는 문제적 현상이자, 상대당을 공격하는 정치적 수사로서 실재한다.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강력한 소리이면서 정치혐오를 불러오는 소리이기도 하다.

내로남불의 정치가 2022년 대선에 미칠 영향은 복합적이다. 다음 대선은 중도층 표심이 승패를 결정할 거란 관측이 많다. 중도층을 잡기 위해 여야가 상대를 내로남불 늪에 빠뜨리면서, 자신의 개혁성을 강조하는 식의 전략을 경쟁적으로 펼 것으로 보인다. 주로 도덕성 이슈를 두고 발현되는 내로남불 정치 경쟁이 거세지면서, 어젠다나 정책 경쟁은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유독 한국정치에서 도드라진 내로남불 정치의 원인을 승자독식 구조에서 찾는다. 양당 체제의 제로섬 게임에서 ‘나는 옳고 상대는 무조건 그르다’는 정치행태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극복과제로 떠오른 거대 양당의 내로남불 정치와 해법을 들여다봤다.

■민주당은 내로남불을 극복했나

민주당은 ‘조국 사태’를 거치며 덧씌워진 내로남불의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누적된 불만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임대차 3법 내로남불’에 폭발했다. 법 시행 전 임대료를 올린 게 논란을 불렀다.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 요인으로 내로남불이 거론되며 다시 조국 사태가 소환됐고, 이른바 조국 책임론을 두고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4월 보궐선거 한달 뒤 취임한 송영길 대표는 내로남불 극복을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 돌아선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였다. 송 대표는 조국 사태에 재차 사과했다. 종합부동산세 등을 완화하며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 기조 전환을 시도했고, LH 사태의 후속성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주당 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맡겼다.

그러나 권익위 조사로 위법 의혹이 제기된 12명 의원들에 대한 처분을 두고 민주당의 내로남불 극복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 지도부는 “극약처분”이라며 지난 6월 해당 의원들에게 탈당을 권유했으나 당사자들의 반발 등에 따라 결과적으로 비례대표 의원 2명만 출당됐다. 민주당은 권익위 조사로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되려 “사퇴쇼”라고 비판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을 두고도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내로남불 비판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코로나19 경제위기를 이유로 지난 8월 이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하자, 민주당은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적극 역할해주길 바란다”며 호응했다. 과거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과 가석방을 특혜라고 비판하며 경제 정의를 강조한 것과 다른 행보다.

최근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한 데도 내로남불이 소환됐다. 허위·조작보도를 한 언론사에 피해액의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개정안에 언론단체들은 “야당일 때는 언론자유와 국민참여를 말하고 춧불시민이 길을 열어 권력에 무혈입성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는가”라고 비판했다. 결국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단독 처리에서 한 발 물러났다.

■국민의힘은 내로남불에 떳떳한가

국민의힘은 여권을 비판할 때 유독 내로남불이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조국 사태 이후 여권에 덧씌워진 내로남불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되새김하게 하는 전략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부터 코로나19방역, 정부 예산안,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까지 ‘내로남불’ 딱지를 붙여 비판한다.

정작 국민의힘도 내로남불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 3개월간만 살펴봐도 그렇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월 당대표 선출 직후 권익위의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 엄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대응은 달랐다. 지난 8월 말 권익위가 12명의 소속 의원을 부동산 의혹 대상자로 통보하자, 절반인 6명을 탈당 또는 제명 대상으로 삼았다. 여당의 전원 탈당 권유 조치에 강제력이 없다고 비판해왔지만 국민의힘 조치에도 강제력은 없었다. 징계조치 발표 후 43일째인 이날까지 탈당 또는 제명된 의원은 0명이다. 당이 ‘셀프 면죄부’를 준 윤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놨다. 당 전체에 대한 ‘내로남불’ 비판이 사그라들기엔 역부족이었다.

대장동 의혹을 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해 초반부터 맹공을 폈는데, 곽상도 의원 아들이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에서 퇴직금 등으로 50억을 받은 게 드러났다. 공분이 일자 당 지도부가 나서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압박했지만, 거액의 퇴직금 수령을 야당 지도부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논란이 일면서 내로남불 비판이 오히려 가열됐다. 의혹이 불거진 뒤 탈당한 곽 의원은 지난 2일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거취를 결단해달라’는 당내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대선을 앞두고 ‘의혹→의원직 사퇴→당의 사의 표명’이 공식처럼 반복되지만, 근본적 해법인지를 두고는 비판적 시선도 나온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내로남불 행태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승자독식의 양당체제를 꼽았다. 엄 소장은 “진영간 제로섬 게임을 벌이면서 자신들의 가치 비전이 옳고 상대방은 무조건 틀리다는 퇴행적 정치문화가 토착화됐다”면서 “‘나는 선이고 반대하면 악’이라는 선악 구조가 (한국 정치에)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정치가 극단적인 진영대립의 장이 되면서, 동일하고 공정한 기준이 작동하기 어려워졌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내로남불 정치는) 도덕성이 정치의 중심에 들어오고, 정치를 인격화하는 경향과도 연관된다”면서 “그러다보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게 된다. (대선 국면의 내로남불 정치로) 정책 경쟁 등은 아예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해법으로는 선거제도나 리더십 등을 통해 거대 양당 카르텔을 약화하는 안들이 제시됐다. 엄 소장은 “일단 사람들의 가치와 비전, 철학이 바뀌어야 하는데 쉽진 않다”면서 “다당제와 권력분산형 권력구조, (지금과 다른 목소리가 들어갈 수 있는) 세대연합정당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치인부터 정치엘리트, 언론매체 등이 ‘정치 양극화’라는 이익구조를 멈출 뾰족한 유인은 없기 때문에 해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면서 “결국 누군가 제도개혁과 선거제도에 대한 새로운 관점 등을 갖고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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