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한쪽에선 중소기업에 ‘갑질’···다른 한쪽에선 하도급위반 ‘봐주기’”

박홍두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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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직원들의 투기 의혹 등이 불거져 논란이 됐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중소기업 업체들에는 체납 임대료를 떠넘기고 건설현장의 하도급 위반에 대해선 사실상 봐주기를 하는 등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LH를 통해 받은 ‘최근 5년간 임대전용산업단지 대납 계약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LH가 운영 중인 임대전용단지에 신규로 입주하는 업체들에게 전 입주업체의 체납된 임대료를 떠넘기는 식의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H는 현재 지방자치단체 및 사업시행자와의 협의를 거쳐 광주 첨단2단계 등 21개 지구를 운영하면서 259개 기업에게 임대를 하고 있다.

LH는 원활한 임대전용단지 운영을 위해 임대료를 3회 이상 체납할 경우 계약해지 등 법적 절차를 착수해왔다. 최근 5년간 체납으로 계약이 해지된 업체는 광주첨단2단계 1개, 제천산단 1개, 창원일반산단 3개, 밀양사포산단 3개 등 총 8개다.

이 중 별도의 건축물 없이 용지만 있는 제천산단을 제외한 7개 부지(건축물 포함)를 체납 임대료 등을 대납하는 형태로 공매·경매를 통해 공급했고 신규 입주업체가 이전 입주업체의 체납액을 대납한 임대료는 28억4871만원에 달했다.

LH는 건축물의 공매·경매시 ‘매수인은 종전 건물 소유자가 납부하지 못한 토지임대료 연체액을 승계(부담)할 경우에 한해 토지 임차권 계약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대납을 강요하고 있었다.

실제 광주첨단2단계에 신규입주한 A업체는 계약해지된 B업체의 연체 이자 2억원을 포함해 총 18억을 대납했다. A업체는 제품생산 원자재와 생산제품 출하대기 보관창고 신축이 필요했지만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LH의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조 의원실에 따르면 LH는 전 입주업체의 체납 임대료를 떠넘겨 놓고도 대납한 임대료 등에 상당하는 기간을 의무임대기간(5년)에 포함해주지 않아 신규 입주업체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H는 “임차인의 지위를 이전받으면 전 임차인의 채무도 승계 된다는 법률자문에 따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조 의원실은 전했다.

대법원은 2007년 판례 등을 통해 “계약상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경우 이를 양수한 양도인의 계약상 지위를 승계함으로써 종래 계약에서 이미 발생한 채권·채무도 모두 이전받게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조 의원은 “결국 LH의 행태는 국가권력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책임만 떠넘기고 그에 상응하는 권리는 무시하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적 행태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국가 공공기관이 이전 기업의 연체료 대납과 의무기간 산입 불가를 강요하는 것은 중소기업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 취지가 무색한 선을 넘는 갑질이다. 관행처럼 해왔던 불공정 계약과 당연시돼 온 갑질 등 뿌리 깊게 박힌 불공정 적폐를 청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 의원은 최근까지도 잇따르던 건설현장 붕괴사고 등으로 건설현장의 하도급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LH가 여전히 기본적인 행정처분기관의 처분결과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상반기 기준) LH 건설현장 3251개 공구에서 하도급 규정 위반으로 5622건이 적발됐다. 이 중 영업정지 및 과징금, 과태료 등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한 건은 25.1%로 1409건에 달했다.

지난해 하도급 위반으로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한 건은 217건이었으나, 올 상반기에만 이미 202건이 적발됐다. 특히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하도급 건설기술인 배치위반’이 올 상반기에만 80.7%을 차지해 2017년 29.4%였던 것과 비교하면 2.7배나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LH는 최근 5년간 지자체에 요청한 1147건의 행정처분 중 70.7%인 811건의 처분결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건설기술진흥법 등에는 발주청이 하도급 관련 규정을 위반한 건설사업자가 영업정지·과징금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 해당 감리업체와 감리원에게 벌점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어 확인 책임은 LH에 있다.

지자체에서 최근 5년간 벌점부과 기준에 해당하는 영업정지 4건, 과징금 6건, 과태료 42건 등 총 52건의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감리업체와 감리원에게 벌점이 부과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감사원은 ‘건설산업 불이익 제도운영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LH는 행정처분을 요구한 후에는 그 결과를 확인하여 행정처분이 확정된 경우 해당 건설공사의 건설사업관리를 한 감리업체와 감리원에게 벌점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 의원은 “LH 건설공사 현장에서 하도급 관련 규정 위반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행정처분결과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이다”며 “다시는 건설현장에서 불법적인 하도급으로 소중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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