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정치도 삶도 ‘비주류’…통합 향한 새 도전

윤승민 기자

이재명은 누구인가

1978년 소년공 이재명이 덩치보다 큰 옷을 입고 근무지였던 대양실업 사옥 앞에서 찍은 사진. 그는 이곳에서 프레스에 손목이 눌려 관절이 으스러지는 두 번째 산업재해를 당했다.

1978년 소년공 이재명이 덩치보다 큰 옷을 입고 근무지였던 대양실업 사옥 앞에서 찍은 사진. 그는 이곳에서 프레스에 손목이 눌려 관절이 으스러지는 두 번째 산업재해를 당했다.

‘변방의 장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10일 최종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57)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정치인 이재명의 주무대는 경기도와 성남시였다. 소년공, 검정고시 출신이라는 삶의 궤적도 변방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사이다 발언을 터뜨리며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되던 지난해 2~3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시설을 강제 봉쇄하고 전 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며 ‘일 잘하는 행정가’ 면모를 각인시켰다. 그가 집권여당 대선 후보로 발돋움한 비결이다.

하지만 이 지사의 장점은 고스란히 단점과 연결된다. ‘비여의도’ 출신은 취약한 당내 입지를, 사이다 행보는 포퓰리즘 논란을 낳았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형수 욕설’ 사태 등은 외연 확장의 걸림돌이다. 특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최대 악재이다. 이날 3차 국민선거인단 개표 결과에서 드러났듯 부동산, 공정에 대한 싸늘한 수도권 민심을 확인했다. 재수 끝에 집권여당 대선 후보가 된 그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 소년공, 5·18, 인권변호사

소년공 때 산재로 팔에 장애
검정고시로 중·고등 학력 따
중대 법학과 나와 변호사로
성남서 시민사회운동 참여

이 지사는 서류상 1964년생으로 돼 있다. 실제로는 1963년 12월 경북 안동 예안면 도촌리 지통마 마을에서 5남4녀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가 먼저 정착한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으로 어머니·형제들과 이주했다. 아버지는 상대원시장 청소부였다. 가족들은 성남으로 옮긴 직후에도 셋방살이를 전전하며 10번 이사했다. 이 지사의 한 측근은 “찢어지게 가난했고, 그 때문에 집착과 승부욕이 강하다”며 “그것이 정치인 이재명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성남에서 10대 시절 5년6개월간 여섯 곳의 공장을 다녔다. 그의 굽은 왼팔은 다섯번째 공장인 대양실업에서 프레스에 손목 관절을 다친 뒤 손목뼈 하나가 자라지 않게 되면서 입은 장애다. 이 지사는 고입과 대입 모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졸지 않으려 책상 위에 압정을 뿌려가며 학력고사를 준비한 끝에 1982년 중앙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이 지사(오른쪽)가 1986년 중앙대학교 졸업식에서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학과 전액 장학생으로 대학 생활을 했던 이 지사는 졸업한 그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 지사(오른쪽)가 1986년 중앙대학교 졸업식에서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학과 전액 장학생으로 대학 생활을 했던 이 지사는 졸업한 그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 지사는 스스로 “가짜뉴스의 피해자”라고 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언론 보도대로 ‘폭도들의 소행’이라고 여겼다가, 캠퍼스에서 뿌려진 유인물을 보며 진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 지사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학생운동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부채감을 안고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1986년 사법시험 합격 후 한때 판검사를 고민했지만 연수생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도 굶지 않고 살 수 있다”고 한 강연을 듣고 인권변호사로 진로를 굳혔다. 사법연수생 2년차에 조영래 변호사 사무실에서 실습했던 경험도 계기가 됐다.

■ 성남시장 재선까지

2000년대 초반 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던 이 지사(오른쪽)는 2002년 민주당 김병량 성남시장이 분당파크뷰 용도변경을 추진한 ‘분당파크뷰특혜사건’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이 지사가 지역 주민들과 당시 관련 집회에서 분당 정자지구 용도변경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던 이 지사(오른쪽)는 2002년 민주당 김병량 성남시장이 분당파크뷰 용도변경을 추진한 ‘분당파크뷰특혜사건’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이 지사가 지역 주민들과 당시 관련 집회에서 분당 정자지구 용도변경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1994년 성남시민모임(현 성남참여연대) 창립에 참여하며 시민사회운동을 시작한다. 당시 대표적인 활동은 2000년 분당 백궁·정자지구 용도 변경 특혜 의혹 제기,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의혹 제기, 그리고 그해부터 시작된 성남 시립병원 설치운동이었다. 이 지사는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를 발의했으나, 성남시의회는 2004년 3월25일 개회 47초 만에 부결시켰다. 이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이 지사는 파크뷰 사건을 취재하던 KBS PD가 검사를 사칭해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취재하게 도왔다는 혐의로 2003년 7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성남시의료원 조례 발의날 의회에 진입했다가 받은 벌금 500만원, 2014년 7월 혈중알코올농도 0.158%로 음주운전을 해서 받은 벌금 150만원은 출마 때마다 따라붙는 전과로 남았다.

이 지사는 2006년 지방선거에 성남시장, 2008년 총선에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으로 각각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결국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다. 당선 후 지방정부 최초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3년 만에 부채 4572억원을 갚았다. 2014년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뒤 SNS 소통을 본격화한다. 2017년 출판된 에세이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수많은 채널을 통해 각계각층의 사람과 친구를 맺고 정보를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집단지성의 놀라운 힘을 피부로 느낀다”고 적었다.

■ ‘반문’ 꼬리표에 지사직 위기

2018년 6월13일 지방선거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선 확정 직후 수원 선거사무소에서 부인 김혜경씨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8년 6월13일 지방선거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선 확정 직후 수원 선거사무소에서 부인 김혜경씨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시장 당선으로 정치 무대에
‘비여의도’ 당내 입지 취약
SNS·사이다 발언 잘 활용

이 지사는 2016년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1일간의 단식투쟁을 벌인다. 그가 다시 광화문에서 주목받았을 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그해 10월29일 촛불집회였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대선 후보군으로 떠올랐고 2017년 19대 대선 당 경선에서 문재인·안희정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며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반문(재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도전한다. 지사 당선 후 “셋째형 정신병원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과 “대장동 개발사업 후 공공이익을 환수했다”고 설명한 일로 인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2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이 내려졌으나,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지사직 상실 위기를 극복했다.

■ 시험대에 선 집권여당 대선 후보

19대 대선 이후 두 번째 도전

이 지사는 지난해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 외에도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빠른 실행력으로 지지세를 올렸다.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도민들에게 일괄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신천지 시설 폐쇄, 계곡 불법 영업 정비 사업, 청년배당 지급 등도 ‘행정 능력가’라는 이미지를 높였다. 19대 대선 경선 때는 ‘한국의 버니 샌더스’에 비견될 정도로 거침없는 발언을 앞세웠다면 20대 대선 경선 때는 성장을 내세워 실행력을 강조했다.

지자체장 출신은 호재이면서도, 당시 추진했던 사업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대표적이다. 지나친 성과주의 성향이 빚은 사태라는 비판도 있다.

변방 장수 이재명. 이제 막 본선행에 오른 그의 정치적 운명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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