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 정치권이 부르는 '청년'은 누구인가

유정인·조문희 기자

청년세대가 내년 3월 대선의 주연으로 떠올랐다. ‘최대 승부처’ ‘캐스팅보터’ ‘핵심변수’ ‘무주공산(주인 없는 산)’이란 수식어가 따라붙고, 매일같이 정치권에서 청년세대를 호명한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본선 초반부터 2030세대 공략에 뛰어들었다. 청년 세대 상당수가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했지만, 2030세대 남성 일부는 강한 응집력으로 ‘바람’의 시발점이 되며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줬다. 이 같은 특성은 모두 정치권이 청년세대를 집중 공략해야 하는 이유로 작용하는 중이다.

빈 산에 먼저 깃발을 꽂으려는 정치권의 질주가 숨가쁜 사이, 몇 가지 질문은 잊혀지고 있다. ‘정치권은 왜 청년세대를 호명하는가’, ‘이들이 소구하려는 ‘청년’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세대 정치가 강조되는 대선에서 주변화되는 의제들은 무엇인가’ 같은 물음들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청년 대선’의 한가운데에서 놓치기 쉬운 질문들을 풀어봤다.

■대선에서 청년세대 영향력은 정말 클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년주택 ‘장안생활’을 방문해 청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년주택 ‘장안생활’을 방문해 청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각종 여론조사 수치로도, 그 수치를 넘은 하나의 정치현상으로서도 청년들의 대선 영향력은 유례없이 클 것으로 보인다. 20대는 표심이 굳어지지 않은 무당층(부동층)이 가장 많이 몰린 세대다. 대선 후보에겐 이미 마음이 굳어진 상대후보의 ‘집토끼’ 표심을 돌리는 것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유권자층이다. 최근 두 달 사이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의 정당 지지도 추세를 살펴보면 전체 연령대의 평균 무당층 비율이 20% 초중반대를 기록하는 동안 20대(18~29세)는 40~50% 무당층 비율을 보였다. 10월 첫주 조사에서 평균 무당층 비율이 23%일 때 20대 무당층 비율은 50%를 기록했다. 11월 첫주 조사에서도 전체 무당층(23%)보다 18%포인트 높은 41%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 한 쪽으로 완전 쏠리지 않은 세대이다.

내년 대선에서 실제 얼마나 많은 청년 유권자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가장 최근에 치른 전국단위 선거인 21대 총선 선거인 비율에 비춰보면, 2030세대(18~39세)는 전체 유권자 중 34% 정도를 차지한다. 유권자 3명 중 1명이 2030세대로,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역대 대선에서 20대 투표율은 17대 대선 때 46.6%. 18대 68.5%로 연령대 중에서 가장 낮았고, 19대 때는 76.1%로 30대(74.2%), 40대(74.9%)보다 높았다. 누가 청년세대 표심을 잡느냐 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청년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낼지도 관건이다.

청년세대의 의미와 영향력은 숫자의 의미를 넘어선다. 미래 세대의 선택이라는 상징성을 줄 수 있는 세대인데다, 최근 정치권의 변화 흐름에 늘 청년세대의 선택이 있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노년층은 보수, 청년층은 진보’, ‘586세대의 높은 민도, 20대의 정치적 무관심’ 같은 전통적 공식들은 깨졌다. 유권자 성향이 재편되는 과정에는 늘 젊은 세대가 있었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 후보를 띄워 ‘바람’을 만들어낸 것도 2030세대였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덩어리’가 움직이고 그 덩어리의 선택이 최근 정치 지형을 바꾸고 있다”며 “이에 놀란 기존의 ‘당심’도 정권교체를 위해 젊은 층을 대거 안고갈 수밖에 없고 그 덩어리를 유지하는 게 본선 승리 비결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부르는 ‘청년’은 누구인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청년, 미래의 시작’  손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청년, 미래의 시작’ 손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판에서 청년들은 다양한 이름으로 호명되고 있다.통칭해 ‘청년세대’라고도 하고, ‘MZ’(밀레니얼세대+Z세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세대, 2030세대로 불리기도 하다. 한 번에 묶이기에는 범위가 넓지만, 큰 집단으로 묶여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20대의 정치적 지향을 두고) 예전에는 어느 후보가 다리를 쫙 벌리고 앉는 걸 20대가 싫어한다는 정도의 이야기로 충분하다고들 생각해 왔다면, 이제는 더 세심한 분석이 필요해진 시기”라고 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으로 다 묶기에는 그 안의 계급과 계층 문제를 더 들어가 봐야 한다고 보고 점점 그 격차는 커질 거라 생각한다”면서 “세대를 말하더라도 정치가 청년세대 문제를 해결하면서 다른 세대와의 화합과 통합을 함께 이야기해야 하는데 지금은 갈라치기하면서 왜곡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선판에 호명되는 청년을 따져보면 2030세대 중에서도 일부 남성 유권자를 겨냥한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선거와 야당 권력 재편 과정에서 일부 남성 유권자의 응집력이 정치지형을 변화시킨 사례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이들이 핵심 정치집단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젠더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030 남성 유권자 일부는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치 여론을 만들고, 이를 실제 투표에 반영시키며 정치적 효능감을 맛봤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은 “이들이 ‘20대 남성’이란 집단으로 움직인다기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상의 정서를 바탕으로 단일대오를 이뤄 의사결정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4·7 재·보선에선 국민의힘에 힘을 몰아주며 오세훈 서울시장을 당선시켰고,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남녀할당제 폐지 등을 내세운 이준석 대표를 당선시키며 ‘0선의 30대 대표’를 만들었다. 국민의힘 경선에선 홍준표 의원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양강’으로 세웠다. 대부분의 주자들이 여성가족부 폐지나 역할조정, 성범죄에서의 무고죄 강화 공약을 내거는 데도 이들의 입김이 작용했다. 홍 의원이 경선 중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는 과도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가 남초 커뮤니티에서 비판받고 바로 입장을 바꾸는 등 ‘정치적 파워’를 맛보는 경험을 수 차례 쌓아갔다. 이들이 일으킨 ‘무야홍’(무조건 야권 대선후보는 홍준표) 바람은 실패했지만 이후 국민의힘이 총력전으로 ‘2030 달래기’에 나서며 확고한 정치적 영향력을 오히려 확인했다. 이준석 대표가 “저희가 꼭 2030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이 느꼈던 정치적 효능감을 계속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하는 데에도 2030세대 일부 남성이 정치적 효능감을 펼칠 장을 국민의힘에 묶어두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2022 대선, 정치권이 부르는 '청년'은 누구인가

■성별에 따른 청년의 ‘정치적 효능감’은 왜 다르게 쌓였나

이 같은 2030세대 ‘정치적 효능감’ 경험에서 이 세대 여성들은 배제돼 있다는 분석이 많다. 같은 세대 남성 유권자들과 달리 여성 표심은 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빈 산’으로 남아있다. 2030세대 여성은 2016년 서울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이후 젠더 이슈에 목소리를 응집하며 여론 주도 집단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후 텔레그램 ‘n번방’ 사태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등을 거치면서 강력한 페미니즘 흐름을 만들며 공통된 목소리를 내는 집단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응집력은 정치권에서 거대 양당 중 뚜렷하게 한 쪽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4·7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당시 서울시장 보선 출구조사 결과 20대(18~29세) 여성의 15.1%는 소수정당·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며 거대 양당을 떠난 제3의 선택을 했다.

거대 양당에서 여성 문제에 적극 화답하고 이들을 정치세력으로 호명하는 움직임이 부족했던 것도 이 같은 차이를 만들어낸 원인으로 꼽혔다. 신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20대 여성들의 문제를 공감하며 이들을 정치세력으로 불러내는 정치인이 누가 있었나”라면서 “이들이 제기한 성폭력 문제 등에 화답해 평등한 젠더정치를 말하는 광장을 만들고 여성을 이끌어내고 여성과 남성이 대화하게 한 정치인이 없었다”고 말했다. 2030세대를 한 묶음으로 통칭하기 어려운 것처럼, 2030세대 여성 내부의 분화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박 교수는 짚었다. 그는 “정책적 입장을 물으면 대체로 남녀 구분 없이 세대가 비슷하게 갔는데 지금은 30대에서 남녀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난다. 여성들이 ‘왼쪽’으로 가는 흐름이 명확하게 드러난다”면서 “실재하는 젠더갈등이 있다”고 말했다.

■‘세대’ 강조되는 대선의 빛과 그늘은?

세대를 활용하고 호명하는 정치행위는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세대는 다양한 유권자들을 하나로 묶는 손 쉬운 기준이고, 정치인들로선 세대별로 전략을 세우는 게 집단적 공략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세대가 강조될 때 가려지는 현실, 잊혀지는 의제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연구원은 “(경선에서 홍 의원 패배 뒤) ‘도로한국당’ ‘노인의힘’이라는 얘기가 청년들의 키보드를 통해 나오는데 지금 상황에 관해서 불만을 제기하기 위해서 세대라는 해석법을 사용해서 적극적으로 ‘짤’도 만들고 하는 행태는 누구나 취할 수 있는 전략”이라면서 “다만 이런 것을 언론에서 ‘세대갈등’ ‘세대에 따라 갈렸다’고 하면 레토릭을 진실에 기반한 것처럼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과도한 청년담론이 가지고 있는 어떤 정치적 의도를 좀 고려한다면 좀 더 균형 있게 볼 필요가 있다”면서 “세대론이 다른 연령이나 성별, 여러 계층에 따라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 많은 집단들을 주변화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청년 안에서 나타나는 계급·계층의 문제나 다른 연령대의 경제적 취약층 문제가 부차적 문제로 밀려날 수 있다는 취지다. 신 교수는 이어 “그 사람들(주변화된 사람들)을 어떻게 호명하고 그들의 문제를 사회 제도에서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가에 따라서 투표의 향방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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