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전국민 대상 6차 재난지원금 협의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일정을 감안해 이번주까지 정부와 합의를 이뤄낸다는 계획이었지만, 재원마련 방안 등을 두고 재정당국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늘어난 세금을 국민들을 위해 쓴다는 당위성을 앞세워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12일 민주당과 재정당국에 따르면 ‘전국민 일상회복 지원금’으로 불리는 전국민 6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두고 당정은 이날까지도 의견 일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을 공식화하며 정부와 협의를 이번주까지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어려워지게 됐다.
당초 민주당이 정부와 협의 시한을 이번주로 공언했던 것은 이번 정기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일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오는 15일 본격 시작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세부 심사 이전에 정부와 큰 틀에서 합의를 해놓고 야당과 본격적인 재난지원금 힘겨루기에 돌입한다는 것이 민주당 구상이었다. 당정이 단일 대오를 꾸려 야당의 반대를 돌파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기획재정부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면서 민주당 계획은 틀어지게 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예결위 전체회의에 잇따라 출석해 “전국민에 드리는 방식보다는 맞춤형으로 필요한 계층과 대상에 집중적으로 드리는게 훨씬 효과적”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이 재원 마련 방안으로 제시한 초과세수 납부유예도 관련 법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홍 부총리는 강조했다.
민주당과 정부가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기에 시간이 촉박했던 점도 작용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정부가 당에서 제기한 여러 문제들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부의 협의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5차 재난지원금을 논의할 때와 마찬가지로 예결위 단계를 거쳐 막판까지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민 6차 재난지원금을 담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은 다음달 2일이다. 민주당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야당과 정부를 동시에 설득해가야 하는 난제에 직면한 셈이 됐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위는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명목으로 증액을 요청한 안건들에 대해 심사했으나 여야 이견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정당국은) 내년에 상황을 봐서 추경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대개 연말이 되면 내년 세수를 충분히 늘려 잡기보다는 자꾸 축소해서 뭔가 뒷주머니를 차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또 “지금 그렇게 안이하게 볼 것이 아닌게 내년 3월에 대선, 6월에 지방선거가 있다”며 “내년으로 넘겨 놓고 결정하자고 하면 내년 6월이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못한다”고 말했다. 선거 국면에서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는 만큼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그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초과세수를 납부 유예해 (재난지원금) 재원을 만들고 국채 발행 없이 (추진)한다는 점을 관철해갈 것”이라며 “국민들이 낸 세금을 국민들을 위해 쓴다는 전제로 본다면, (초과세수 납부 유예를) 전혀 못한다는 주장은 국세징수법 규정을 좁게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