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머뭇거릴 때…심상정, 신노동법·모병제 이슈 ‘선점’읽음

김상범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형 모병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국형 모병제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5일 단계별 모병제 전환을 골자로 하는 ‘한국형 모병제’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주 주 4일제 및 ‘신노동법’ 로드맵을 제시한 데 이어 국방개혁의 핵심 관건인 모병제 이슈까지 대선판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들이 논쟁이 불가피한 큰 사안을 다루는 데 주저하는 사이 선점 효과를 누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심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징병의 군대는 좌절의 세대인 청년들에게 깊은 상실의 공간이자 단절의 아픔”이라며 “30만 상비군을 기본으로 국방을 현대화·과학화·지능화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징집병·전문병사를 혼용하는 징·모혼합제를 2029년까지 운영하고, 2030년 이후부터는 병사 계급은 전원 모병제로 운용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여기에는 3조원 가량의 추가 부담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신분별 구성은 장교와 부사관은 현재와 비슷한 15만명, 병사는 15만명으로 구성될 것”이라며 “군에 지원할 때 다양한 성, 피부색, 종교 등 어떠한 차별도 금지되며, 우리 군은 말 그대로 ‘평등군대’로 재창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단골 의제로 부상하곤 하는 모병제 이슈를 이번 대선에서는 정의당이 선점하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징병제도 관련 공약은 주로 20대 남성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긴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2017년 대선에서 ‘선택적 모병제’를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고,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도 20대 남성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이 후보 공약에 한국형 모병제를 포함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공식화된 정책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이날 심 후보가 모병제 공약을 발표하면서 민주당은 정의당에게 첫 순서를 내어주게 됐다. 심 후보는 지난 12일에는 ‘신노동법’과 주 4일 근로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여야 후보들 가운데 가장 먼저 구체화된 노동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심 후보의 신노동법에 포함된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및 플랫폼 노동자 보호 등은 모두 이 후보 측에서도 준비하고 있던 공약들이다. 이 역시 이 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 양당 주자들이 정책 출시를 미루는 사이 심 후보가 선점효과를 낚아챈 모양새다.

국방·노동개혁 같은 이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 대형 논쟁과 파장이 불가피하다. 이 후보와 윤 후보도 이런 점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는 그 틈새를 파고들어 모병제·노동법·주4일제 등을 ‘심상정 공약’으로 여겨지도록 하는 ‘라벨 붙이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대선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강 구도로 일찌감치 고착화되면서 각종 정책 의제를 선점하는 심 후보의 전략이 기대만큼의 반향을 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호진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통화에서 “양당 후보들이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부분보다는 눈앞의 표계산에 얽매여 갈팡질팡 정책 행보를 남발하고 있다”라며 “대형 의제, 오랜 난제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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