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대선 코 앞인데 술자리·외유 나갈 생각만···탄식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

이 후보 선대위 합류 여부 묻자

“굳이…밖에서 돕겠다” 선 그어

경향신문 자료사진

여권의 ‘책사’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1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하면서 여권의 대선 대응과 관련해 “저쪽(국민의힘)과 너무 대비된다”며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위기감이나 승리에 대한 절박함, 절실함이 안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최근 ‘자중지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선거대책위원회 내부 상황과 관련해선 “(이재명 후보) 선대위에 확실한 컨트롤 타워, 책임과 권한이 모호하다”며 “비효율적인 체제를 빨리 개선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이재명 후보를 지원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굳이 선대위에 참여하기 보다는 (선대위) 밖에서 돕겠다”며 “대선 이후 정치에서 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전 원장은 이날 낮 1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영입인재·비례대표 의원모임’ 주최 간담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한가한 술자리도 많고, 누구는 외유 나갈 생각을 하고, 아직도 지역을 죽기 살기로 뛰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며 “대선이 넉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렇게 유유자적 여유 있는 분위기는 우리가 참패한 2007년 대선 때 보고 처음”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어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며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마음속으로 다음 대선, 다음 대표나 원내대표, 광역 단체장 자리를 계산에 두고 일한다. 탄식이 나온다”고 말했다.

선대위 구성과 운영상황에 대해선 “처음 보는 체계로 희한한 구조다. 매우 우려스럽다”며 “선대위의 권한과 책임이 다 모호하다. 명확한 의사결정 구조를 못 갖춘 매우 비효율적 체계”라고 직격했다. 양 전 원장은 “주특기와 전문성 중심의 전진배치가 아니라 철저한 선수(選數) 중심의 캠프 안배 끼워맞추기”라고 비판했다.

양 전 원장은 “후보 개인기로는 한계가 있다. 후보 핵심 측근들과 선대위 핵심 멤버들이 악역을 자처하고 심지어 몇 명은 정치를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서 후보 중심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안 하면 승리가 어렵다”며 “과거 한나라당이 천막 당사를 하던 마음으로,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양 전 원장은 이번 대선의 ‘키워드’를 국민들이 절박하게 생각하는 ‘코로나’·‘경제’·‘미래’ 등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의 코로나19와 경제 대응이 우수했고 이 후보 역시 경제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이슈를 선점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며 야당과의 비전·공약 차별화를 당부했다.

이어 양 전 원장은 대선 승패의 최대 관건은 “중도 확장 싸움”이라며 “당내 경선 과정에서야 진영 내 지지표 결집이 우선이지만 후보 확정 후에는 과감한 중원 진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현재 전략은 전혀 중도층 확보전략이라 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두세 주 안에 이런 문제를 궤도수정하지 않으면 지금 지지율이 고착되기 쉽고 그렇게 되면 판을 뒤집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 전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으로 여권의 선거 책사로 불린다. 그가 국회를 찾은 것은 지난해 4·15 총선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양 전 원장은 2019년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한 뒤 21대 총선에서 인재 영입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총선 압승을 이끈 뒤 여의도를 떠났다.

다만 양 전 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를) 개선하면 앞으로 시간은 충분하니까 아직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매우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된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롯해 이해찬 전 대표 등의 선대위 활동 가능성이 나오는 데 대해선 “새롭게 (선대위 구성을) 달리하는게 굳이 좋은 방식인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후보에게) 자주 연락 드린다. 굳이 제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아도 충분히 밖에서 조언·자문하고 힘이 되는,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양정철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