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비서실장 “마지막까지 애쓰는 문 대통령에게 ‘고맙다’ 해줄 순 없나”

박홍두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권심판이라는 구호, 부당하고 불편
 강호에도 서로의 존중 의리 있었으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7일 “마지막까지 애쓰는 문 대통령에 ‘고맙다’ 해줄 순 없나”라며 “정권심판이라는 구호는 부당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론이 높은 상황에서 잠행을 해오던 임 전 실장이 공개적으로 문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선 것을 놓고 향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등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올리고 “대선의 시계가 째깍거리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간다. 많은 일이 그렇듯 설렘으로 시작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새로 들어설 정부는 반사체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신임을 받아야 한다”며 “거친 것들이 난무하는 강호에도 서로를 존중하는 의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의 단어는 숙명이다. 그의 능력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라며 “애써 권력을 쥐려는 사람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고 운명이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은 그래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죽어라 일을 한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몸을 혹사한다”며 “옆에서 보기 안쓰럽고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매듭을 생각하게 된다. 피난민의 아들이 쓰는 종전선언, 불행한 역사를 마감하자는 대사면, 무엇이 가슴 속에 남았든 얼마 남지 않은 동안에도 대통령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기를 마치면 노 전 대통령이 꿈꾸던 서민의 삶을 꼭 살아가시길 바란다. ‘숲 해설사’가 되시면 그것도 좋겠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 반 동안의 국정상황을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2017년) 상상도 못했던 탄핵사태를 뒤로 하고 문재인정부는 출발했다. 인수위 기간이 없는 상황을 수도 없이 가정하며 대비했지만 탄핵받은 정부의 국무위원과 두 달이 넘게 동거하며 초기 국정의 틀을 잡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대통령의 경험과 원칙이 모든 부족분을 메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격화된 국내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며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합을 강조하며 국가 기념일을 의미있게 챙겨나갔고 국가유공자들에게 예우를 다하려 공을 들였다”고 했다.

또 “잘못된 위안부 합의를 바로잡고 일본과의 관계를 실용적으로 개선하는 이른바 ‘투트랙 한일관계’는 상대와 손발이 맞지 않았다”며 “하노이에서 멈취선 남북평화열차는 못내 아쉽다”고 회고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선 “대한민국이 이룬 성과가 눈이 부시다. 온전히 국민의 눈물과 땀으로 이룬 성과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노력 또한 남달랐다”고 자평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아프고 또 아프다. 글로벌 환경이 그렇다는 건 지식인의 변명이다. 정치의 책임은 그 만큼 무겁다”며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데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퇴직 이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직을 지내며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뒀던 임 전 실장의 이 같은 ‘문 대통령 옹호’ 발언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정권교체·심판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여당 내부에서 ‘이재명 후보가 이겨도 정권교체가 되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자 문재인 정부의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방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먼저 나온다. 이 후보가 최근 지지율 정체·하락으로 인해 문재인 정권과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내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6월 서울시장 선거 등에 도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임 전 의원과 가까운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공·과가 언급되는 상황에서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소회가 남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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