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조문 가야”→“안 간다”···국민의힘 '전두환 사망' 오락가락

문광호 기자

3시간 만에 조문 계획 번복

오찬서 참가자들이 만류한 듯

이준석도 “조문 없이 조화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전두환씨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이니까 (조문을)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한 지 세시간여 만이다. 윤 후보의 조문 계획 번복은 전씨 사망을 두고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처한 딜레마적 상황을 보여준다. 조문을 가자니 중도층이 등을 돌릴까 걱정되고, 조문을 안 가자니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바라는 강경 보수 지지층의 이탈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은 지지층의 여론을 좀 더 의식하는 태도를 취했다. 윤 후보는 당내 인사들과의 오찬 직전인 오전 11시40분쯤 취재진이 조문 계획을 묻자 “전직 대통령이니까 (조문을) 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준비 일정을 좀 보겠다”고 말했다. 전씨가 5·18 무력 진압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사망했다는 질의에 대해 “돌아가셨고 상중이니까 정치적인 이야기를 그 분과 관련지어 하는 건 시의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는 “정부가 유족의 뜻과 국민의 정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문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도리”라며 빈소를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상반된 입장이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두환 전 대통령 상가에 따로 조문할 계획이 없다“며 “당을 대표해서 조화는 보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오후 2시40분쯤 선대위 공보실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전직 대통령 조문과 관련해 윤 후보는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 대선 경선 후보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참가자들이 윤 후보의 조문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문을 둘러싼 입장의 혼선은 전씨에 대한 당의 복잡한 속내와도 얽혀있다. 국민의힘은 전씨가 창당한 민주정의당을 한 뿌리로 두고 있어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2019년 “5·18은 폭동”(이종명),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김순례), “5·18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되는 문제”(김진태)라는 망언이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 입에서 나왔다. 전씨 옹호 논란은 호남과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지지도 상승을 가로막은 장해 요소로 꼽혔다.

당내 분위기가 다소 달라진 것은 지난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부터였다. 김 전 위원장은 취임 후인 지난해 8월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당내 일부 인사들의 5·18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이준석 대표도 호남을 향한 구애와 이른바 ‘서진정책’ 기조를 유지됐다.

윤 후보는 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지난달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광주 민주화운동)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며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라고 말해 ‘전두환 옹호’ 논란이 일었다. 윤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인 지난 10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제 발언으로 상처 받으신 모든 분들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가 전씨 조문을 가는 것은 또 다른 역풍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오찬 자리에서 윤 후보의 조문 이야기가 나와서 참가자들이 만류했다”며 “조문을 가선 안 된다고 본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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