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일상회귀” 윤석열 “그 양반 묻지 마라”…붕 뜬 선대위

심진용·유설희 기자

국민의힘 ‘3김 구상’ 삐걱

<b>“찾아오면 만날 것”</b>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 사무실 출근길에 손사래를 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찾아오면 만날 것”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 사무실 출근길에 손사래를 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b>“기다리고 있겠다”</b>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당 대선 경선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기다리고 있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당 대선 경선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 선대위 합류 사실상 거절
윤도 ‘김 없이 갈 가능성’ 시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원톱’으로 내세우려던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23일 “내 일상으로 회귀하겠다”며 선대위 합류를 사실상 거절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도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말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5일 윤 후보 선출 후 보름여가 지났지만 신경전만 이어질 뿐 선대위는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선 ‘김종인 없는 선대위’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후보의 정치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사무실 앞에서 “더 이상 정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이제 오늘부터 내 일상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합류 거부냐는 질문에 “내가 어떤 상황에서 대선을 보고 있는지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며 “다 음미하면 내가 왜 이런 결심을 하게 됐는지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도 MBN 행사 참석 뒤 김 전 위원장 관련 질문에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마라”고 일축했다.

김과 불편한 관계 지목 장제원
SNS에 “윤 후보 곁 떠날 것”
김은 “나하고 무관” 선 그어

주도권 다툼 속 협상 여지도

김 전 위원장은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선대위 구성을 두고 윤 후보와 충돌했다. 윤 후보 측근인 중진 의원들을 앞세운 ‘반문(재인) 빅텐트’ 구상을 두고 김 전 위원장은 “표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영입에도 부정적이었다.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김병준 전 위원장을 각각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김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은 김 전 위원장 본인 요청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 관계가 파국으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 후보는 전날 지도부와의 티타임에서 김 전 위원장과 같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을 표시했다.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후보가 단호하다”며 “정말 할 만큼 다 했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 후보 진영은 ‘극단적인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낙관론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관측이 많다.

윤 후보 측근으로 김 전 위원장과 불편한 관계였던 장제원 의원은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사태 수습 효과는 불투명하다. 장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썼다. 장 의원은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최고위에 자기 이름을 올리지 말라고 했을 때부터 후보에게 ‘나를 버리면 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장 의원의 백의종군 입장에 “장 의원이 윤 후보 곁을 떠나는 것하고 나하고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도 장 의원을 놓아줄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출구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윤 후보가 찾아오면 만날 거냐’는 질문에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했다. 윤 후보도 ‘김종인 선대위가 물 건너간 것이냐’고 묻자 “김 박사께서 며칠 생각한다고 하셔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막판 타협의 여지는 남겨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로선 김 전 위원장 합류가 불발되면 정치력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김 전 위원장 역시 자신의 구상을 펼칠 기회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강하다. 김 전 위원장은 오후 사무실을 나서면서 “2~3일 사이에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일이라는 게 한 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 주자들과 오찬했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불참했다. 원 전 지사는 지난 16일 윤 후보와 조찬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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