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혐오" 발언으로 얼룩진 민주당의 차별금지법 토론회

김윤나영 기자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연내제정·정의당 끝장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연내제정·정의당 끝장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25일 국회에서 개최한 차별금지법(평등법) 찬반 토론회가 성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얼룩졌다. 대선을 앞두고 법안 통과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민주당이 찬반 동수로 토론회를 열면서 입법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찬성과 반대 토론자 각각 5명씩을 초청해 마련한 ‘평등법 토론회’에서는 시작부터 동성애 혐오 발언이 나왔다. 반대 토론자로 나선 이상원 새로남교회 목사는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강력하게 표현하는 성경의 가르침을 가르치지 말라는 것이고, 결국 성경은 금서가 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반대 토론자인 류현모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는 “동성애는 강박적 중독적 성향을 가진 정신질환이고, 동성애자 중에 충동성, 폭력, 가학피학증, 정신질환이 많다”고 말했다. 객석에 있던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활동가는 “성소수자의 정신건강이 나빠졌다면 그 원인은 성소수자의 정체성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차별과 낙인, 혐오 때문”이라고 반론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측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평등법을 발의한 권인숙 민주당 의원이 모두 발언에서 “평등법 제정은 시대적 과제이고, 혐오와 차별 금지의 원칙을 누구에게나 보장해야 한다”고 하자, 객석에서는 “권 의원이 그렇게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차별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권단체들은 ‘차별금지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던 민주당이 사실상 동성애에 대한 찬반으로 토론회를 변질시켰다고 비판했다. 찬성 토론자인 이종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성 소수자를 법의 보호에서 배제하라는 반인권적인 주장에 대해 민주당은 어떠한 입장인지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찬성과 반대 동수로 토론자를 구성했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들은 헌법과 유엔(UN) 권고안 등을 들어 차별금지법 제정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법 제정 지연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환영사에서 “얼마 전 10만여명의 법안에 대한 찬반 청원이 있어서 국회 심의에 들어가야 할 상황에 놓였고, 국민의힘에 여야 정책위원회 주도의 공동 토론회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야당 법사위 간사에게 일방적 통과가 두려우면 여야 동수로 법사위에 특별소위를 만들어 법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면서 “야당의 진지한 논의와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나, 보수 기독교계 등의 반대로 1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성별, 장애, 병력, 종교,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등을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장혜영 정의당, 권인숙·박주민·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평등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신중론을 펴면서 국회 내 차별금지법 논의는 지지부진해졌다. 민주당은 지난 9일 법사위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청원 심사 기한을 2024년으로 미루면서 사실상 법 제정 포기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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