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차별금지법, 개인의 자유 침해”…사실일까

유설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총회 ‘청년곁에 국민의힘’ 행사에 참석해 대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윤 후보 캠프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총회 ‘청년곁에 국민의힘’ 행사에 참석해 대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윤 후보 캠프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한 차별금지법(평등법) 관련 발언이 26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률적으로 가다보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생긴다”는 논리로 제정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인데요.

윤 후보는 전날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총회 ‘청년곁에 국민의힘’ 행사에 참석해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윤 후보는 ‘(윤 후보가)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개인의 자유가 가장 크게 제한된 사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차별금지법을 언급했습니다.

윤 후보는 “법 자체가 자유를 침해하는 것도 있지만 법을 운영·집행하는 과정에서 개인을 존중하지 않게 되면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부분이 많다”며 “우리가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을 막겠다는 차별금지법도 개별 사안마다 합리적으로 자유, 평등이라는 것이 신중하게 형량이 안 되고 일률적으로 가다보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생긴다”고 답했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윤 후보의 발언을 두고 차별금지법 제정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치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차별할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뜻으로 잘못 읽힐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성별, 인종, 병력, 나이, 장애,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등 어떠한 사유로도 차별을 받지 않고 평등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동성애 조장법’이라며 차별금지법을 오랫동안 반대해온 보수 기독교계는 차별금지법이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합니다. 2006년부터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온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도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장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권 전문가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윤 후보의 발언을 두고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자체는 좋다”고 평가하면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는 이유는 오히려 차별이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홍 교수는 “혐오와 차별은 소수자 집단과 그 구성원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제한한다. 그래서 법적 규율이 필요한 것인데 윤 후보는 이 점에 대한 이해가 깊어 보이지 않는다”라며 “차별금지법은 우리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교수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향하는 국가들에서는 대부분 차별금지법을 제정·운영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들 나라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인권위가 정부에 차별금지법을 권고한지도 벌써 14년이 되었습니다. 2006년 인권위가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이후 2013년까지 법안이 7건 발의됐지만 법안 심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아 자동 폐기됐습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지난 10일 “21대 국회에서 지금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입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송 위원장은 “사회 각 영역에서 여전히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평등법(차별금지법)은 이를 시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입법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은 더 이상 국회가 침묵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국회를 질타했습니다. 언제쯤 한국에 차별에 대한 최소한의 입법장치가 마련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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