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부실 대응 속 조동연 사퇴…숙제 남긴 ‘영입 정치’읽음

박홍두 기자

여당, ‘스펙’만 따지다 검증 꼼꼼히 못해…논란 일자 책임 공방·회피도

가세연 등 가족에 ‘2차 피해’…사생활·정치활동 연관시킨 공세 ‘논란’

인권침해·부실 대응 속 조동연 사퇴…숙제 남긴 ‘영입 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첫 번째 외부인사로 영입한 조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사진)이 3일 과거 개인사로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조 위원장 사퇴를 계기로 정치권의 외부인사 영입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성 정치권이 여성·청년 정치에 대한 진지한 접근 없이 손쉬운 ‘영입’ 방식으로 자신들의 취약한 ‘이미지’를 수혈받는 데만 치중했다가 검증도, 대응도 실패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야당과 유튜브 등은 영입 인사뿐 아니라 가족들에 대한 마녀사냥식 인권침해까지 불러일으켰다. 선대위 고위직도 도덕성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시각도 많지만 정치활동과 사생활의 경계 문제가 정치권의 숙제로 남게 됐다.

조 위원장 사퇴 논란에서 우선 제기되는 문제는 민주당의 ‘검증 실패’다. 이른바 ‘혼외자’ 문제가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이었음에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거나 간과했다는 것이다. 여론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조 위원장의 경우, 조 위원장이 출간한 책과 스펙 등을 토대로 송영길 대표가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대·여성·안보·우주산업’ 등 민주당이 취약한 부분이자 목표로 삼는 계층에 대한 소구력을 염두에 둔 영입이었다. 하지만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생활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 당내 에서도 “적어도 군 내부 세평은 조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대선에서 외부 영입은 대선 후보의 정책·비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밀한 검증이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 중진인 노웅래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내로남불, 꼰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새롭게 되기 위해서도 인사 검증 문제를 철저히 해야 된다”고 말했다.

문제를 더 키운 건 제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른바 ‘지라시’(정보지)와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등이 혼외자 의혹을 제기하던 초반부터 ‘가짜뉴스’라는 식으로 강경 대응했다.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지난 1일 YTN 라디오에서 나와 “사실이 아닌 걸로 확인했다. 문제를 제기한 본인이 책임을 지셔야 할 것”이라고 법적 조치까지 예고하며 반박했다.

하지만 사실관계도 모른 채 정쟁식 방어에만 치중한 셈이 됐다. 조 위원장이 전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한 이후에도 당내 인사들은 “사실관계를 더 확인해봐야 한다”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통화에서 “송 대표가 데려왔으니 송 대표에게 물어봐야 한다”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 판단을 들어보겠다”고 말해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가세연과 일부 언론의 도를 넘은 공세식 검증은 인권침해 문제로 비화하고 있었다.

가세연 측은 전날 조 위원장 자녀의 실명과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친자확인검사서와 친생자 확인 소송 판결문을 공개했다.

조 위원장이 “아이들만은 공격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지만 관련 보도는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됐다. 다른 당 소속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까지 나서서 “공직후보자도 아닌 한 사람의 사생활을 마구 들쑤시며 공격해대는 이 모든 일들이 너무나 인권침해적”이라고 맹비판했다. 대선을 앞둔 공당의 선대위원장직은 공직에 준하는 자리이고 국민적 관심이 큰 자리인 만큼 도덕성을 묻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강하지만 그 가족에게까지 2차 피해가 옮아가는 건 또 다른 폐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사안에서 다시 드러난 개인 사생활과 정치활동의 경계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오른 모습이다. 장관 인사청문회 때마다 과거 사생활이 공직자 업무와 얼마나 연관돼 있느냐의 문제는 정치권의 논쟁거리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자신들이 여당일 때마다 “개인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며 ‘청문회 이원화’ 방안을 제시하며 티격태격해왔다.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면에서 도덕성 검증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다만 이번 사안에서처럼 가족에게까지 인권침해가 가해지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결국 정치라는 게 국민들의 시각에 맞춰 해야 하는 면도 있지만 그 검증의 정도와 대상은 좀 더 논의해서 기준을 만드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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