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3일 당내 갈등을 봉합한 뒤 연이어 정치론을 펴고 있다. “정치는 ‘사람들’이 하는 것”, “가능성의 예술” 등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윤석열표 답변을 내놓으면서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중이다. 당내에서도 윤 후보의 정치력을 치켜세우며 ‘전화위복’을 노리는 분위기다.
윤 후보는 6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이견이 있기에 정치가 존재하고, 이견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때 정치는 성립한다”고 적었다. 윤 후보는 “정치는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면서 더 나은 대안을 창조하고,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이견을 잘 조정하는 것이 정치가의 일”이라고 했다. 선대위 구성과 운영을 두고 갈등해 온 이준석 대표와 ‘울산 회동’에서 타협점을 찾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합류시킨 일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정치신인이라는 점이 그간 ‘리스크’로 꼽혀온 만큼, 이번 갈등 봉합 과정을 자신의 정치철학을 드러내는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윤 후보는 전날엔 SNS에 “저는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가 말한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말을 믿는다”면서 “모두 안 될 것 같다고 하는 일을 대화를 통해 해내는 것이 정치고, 그것이 정치의 매력”이라고 적었다.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때는 추진하지만,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리는 것, 그것이 저의 리더십”이라고 리더십 스타일과 연관지어 해석했다. 갈등을 조기종식하지 못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비판을 받은 뒤에야 ‘막판 극적 합의’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설명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이번 갈등 봉합 과정을 윤 후보 정치력을 재평가하는 계기로 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조정 과정을 윤 후보의) 굴복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정치적으로 볼 때 참 바보같은 소리”라면서 “(후보의 정치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전날 SNS에 “국민은 이런 어려운 정치적 조정을 해낸 윤 후보의 정치력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울산 회동은) 여러 이견을 허심탄회한 대화로 조율해 낸 치열한 정치적 소통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앞서가던 지지율이 최근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난 데 대해 ‘반등 기회’로 삼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고비를 넘긴 뒤에도 과제는 남았다. 김 위원장 ‘원톱’ 체제의 선대위 출범과 맞물려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의 역할 조정 등 갈등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갈등을 사전에 조율하는 리더십이 과제로 꼽힌다. 선대위 직책·역할 조정을 둘러싼 갈등상에서 민생·정책 행보가 묻혀온 만큼, 이후 행보에서 얼마나 이를 부각해 나가는지도 윤 후보 앞에 놓인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