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부터 정치 안 멋져”…‘쇼미’ ‘스우파’ 공연장 방불케한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식

문광호 기자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을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을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어느새부터 정치는 멋지지 않았다. 그들만의 문법에 갇혔다. (중략) 권력보다 국민을 향한 사랑, 대통령직이란 트로피보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철학을 먼저 이야기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에 참가했던 김민규씨(18)는 6일 엠넷(Mnet)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10>에 나온 ‘불협화음’이라는 노래를 패러디해 이같이 연설했다. 기존 힙합 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불협화음’ 가사에 정치를 대입해 기성 정치인들을 비판한 것이다. 김씨는 이 연설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다음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날 열린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은 김씨의 연설 외에도 2030세대를 겨냥한 각종 패러디로 넘쳐났다. 엠넷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에서 유행한 노래 ‘헤이 마마’에 맞춰 청년 당원들이 대선 승리 기원 공연을 펼쳤다. 출범식 마지막 순서는 참가자들이 구호에 맞춰 다 함께 좌우로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는 등 콘서트처럼 진행됐다.

최근 유행하는 콘텐츠를 활용해 윤 후보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였다. 행사의 형식적인 구성과 달리 윤 후보의 연설에서 청년에 대한 언급은 한차례에 그쳤다. 청년들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는 데도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KSPO)돔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출범식에는 지난 3일 극적으로 합류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해 이준석 대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등 당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행사장 입구에서 파는 빨간색 목도리를 두른 채 인사를 나누고 덕담을 주고 받았다.

행사가 시작하자 요란한 음악 소리와 함께 청년들이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대부분 최근 유행한 예능에서 나온 댄스 음악들이었다. 음악방송처럼 이들을 촬영한 영상은 뒤편 스크린에 송출됐다. 한 공연자는 윤 후보의 성을 선창하고 이름의 후창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영상을 통해 ‘AI(인공지능) 윤석열’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출범식 연설은 윤 후보, 김종인 위원장 등 지도부를 제외하고 김씨와 함께 당 대변인 경선에 참여했던 20대 청년 백지원씨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김씨는 “사람들이 정말 열광하는 건 똑같은 것 중 튀는 무언가다. 그래서 국민의힘의 대선 컨셉트는 불협화음이 돼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30대 당대표를 세운 정당이고, 남들처럼 조직이나 사람에 충성하는 게 아닌 공정과 법치에 충성하는 후보가 있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청년으로서 정치에 바라는 점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어제가 아닌 내일을 준비하길 바란다”며 “소외된 이웃, 임차인과 공존하고 반대 진영을 수구와 적폐로 모는 구태정치를 끊는 새로움을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출범식 직후 김씨와 만나 “제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청년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지긋지긋한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지겹도록 역겨운 위선 정권을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며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집중했다. 청년에 대한 언급은 “(선대위 조직에) 청년과 여성을 보강해야 한다. 당의 혁신으로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 기반을 확장해 이들을 대통령 선거 승리의 핵심 주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그쳤다.

윤 후보는 출범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도 향후 공정, 청년, 여성과 관련된 행보를 묻는 질문에 “선대위에서 일정을 만들어주면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저도 좀 들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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