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새시대준비위 전격 합류
양측 기존 입장과 다른 행보
당내 “영입 철회” 갈등 조짐
국민의힘이 20일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직속 기구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신 전 대표는 “윤 후보가 여성폭력을 해결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좌우를 넘어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해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신지예씨도 국민의힘 분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젠더 이슈 등 주요 이슈를 두고 그간 국민의힘과 다른 입장을 보였던 신 전 대표가 윤 후보 지원에 합류하면서 당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 전 대표는 서울 영등포구 새시대준비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여러 고민들이 있었다.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많이 돕고 함께 돕겠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서도 “윤 후보를 직접 만나보니 법치를 중시하는 분인 만큼 여성폭력 등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서 지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현 정권과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으로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고, 조국의 ‘아빠찬스’ 사태로 청년들이 최소한 살 수 있는 권리를 강탈했으며, 박원순, 안희정, 오거돈에 이르는 성착취로 또 여성 청년들의 삶을 짓밟았다”고 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과 생각이 다른 분들이 많이 와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도 국민들의 지지 기반도 더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좀 더 확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은 “중도나 합리적 진보라 불리는 분들을 모시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신 전 대표 영입 취지를 설명했다.
신 전 대표는 2018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 당시 ‘페미니스트 시장’을 내걸었고, 지난 7월 국민의힘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규탄하는 등 페미니스트로 알려졌다. 신 전 대표는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행보로, 국민의힘은 당론과 상충하는 인사를 영입하는 등 정체성 혼란으로 당 안팎의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 전 대표는 간담회에서 이준석 대표의 ‘n번방 방지법’ 개정 의견을 두고 “검열 문제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했고, 탈원전 정책을 고수했던 입장과 국민의힘의 탈원전 반대 주장이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에너지 정책은 충분한 토론과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도 젠더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며 영입 철회 주장이 제기됐다. 하태경 의원은 SNS에 “젠더 갈등은 촛불이 아니라 산불이다. 갈등은 더 활활 타오를 것”이라며 “젠더 갈등을 격화시키는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을 반대한다”고 적었다. 당 홈페이지에도 “국민의힘은 누굴 위해 존재하나” “윤석열 때려치워라” 등 신 전 대표 영입에 불만을 가진 지지층의 비판글이 게시됐다.
이 대표는 “새시대준비위의 일은 김한길 위원장의 의사를 존중하겠다. 다만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처럼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위배하는 발언을 할 땐 제지, 교정할 수밖에 없다”며 “신 전 대표의 선의는 의심하지 않지만 당의 방침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MBC <뉴스외전>에서 “신 전 대표가 과거 발언과 비슷한 궤를 유지한다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며 “만약 저와 충돌한다면 대표 의견이 우선하기 때문에 (신 전 대표가) 강한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정 위원장은 “2030 여성들이 민주당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시점이 된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 아들 문제가 신 대표 결심의 도화선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