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의혹 12일만에 직접 사과...'사과 정국' 매듭될까

유정인·유설희·문광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허위 이력 기재 의혹에 대해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이다. 부디 용서해달라”고 사과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12일 만에 직접 나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의혹 당사자의 사과로 논란을 일단 매듭지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당은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 “빵점 사과”라고 맹공해 김씨의 사과 이후에도 당분간 ‘사과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작업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면서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후보가 지난 6월29일 정치참여선언을 한 이후 김씨가 공식석상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입장문은 김씨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도 아내와 같은 마음이다. 제 아내가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저도 똑같은 마음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회견에서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의혹이 제기된 여러 건의 경력과 수상, 학력 중 어떤 부분을 사과하는지는 입장문에 구체적으로 담지 않았다. 전주혜 선대위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사과하는 모습이 아니니까 어떤 건 인정하고 어떤 건 인정하지 않는 것보다 종합적으로 잘못한 부분과 이런 사태에 대한 것(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를 향한 죄책감과 가정사 등은 상당 부분을 할애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김씨는 윤 후보와의 교제 당시 이야기로 말머리를 열고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결혼 이후 남편이 겪는 모든 고통이 다 저의 탓이라고만 생각된다”며 유산 경험을 말했다.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가슴이 무너진다”, “저를 욕하더라도 힘든 길을 걸어 온 남편에 대한 마음을 거두지 말아달라”고도 했다.

김씨는 이어 “남은 선거기간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면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다. 선거기간 동안 공식 행보를 자제하고, 집권하더라도 ‘영부인’으로서의 활동은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김씨의 공식 활동 자제 메시지를 두고 “본인이 얘기한 대로 (될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앞서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며 ‘영부인’이라는 용어 사용에도 부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김씨가 직접 회견에 나선 데는 김씨의 의향과 선대위 차원의 건의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아들의 도박 건과 맞물려 가족 검증과 사과 국면이 장기화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김씨, 15일)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윤 후보, 17일) 등 거듭된 입장 발표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선대위 내에서는 당사자가 직접 사과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왔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김씨가) 본인 잘못이라면서 계속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안다”, “후보와 상의해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찬반 의견이 다 전달됐는데 선대위 내부에서도 그래도 당사자가 나서서 이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입장문을 읽은 뒤 취재진과의 문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 대신 국민의힘이 곧이어 설명자료를 내고 제기된 의혹에 대한 상세 입장을 밝혔다. “법적으로 허위라고 보기는 어렵고 부정확한 기재일 뿐”이라는 게 선대위 입장이다. 의혹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씨가 서울 광남중학교 교생 실습 경력을 ‘광남중 근무’로 써서 정식교사 근무처럼 제출한 의혹에는 “부정확한 표기였다”고 했다. ‘영락고등학교미술교사(2급 정교사)’라고 쓴 데는 “영락여자상업고등학교 미술강사로 근무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설립전 기획이사 재직 경력을 적어낸 데는 “상시적인 활동이 없었음에도 이력서에 그럴 듯한 경력처럼 기재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은 “허위라고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며 “법적으로 허위를 증명하려면 여러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 각도에서 허위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에 겸임교수 초빙 지원서에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 이력과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수상 이력 등을 허위로 썼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후 2013년 안양대에 제출한 이력서 등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잇따랐다.

민주당은 김씨 사과에 혹평을 쏟아냈다. 남영희 민주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그동안 제기된 김건희씨의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동학 민주당 최고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빵점짜리 사과다. 사과문의 내용, 전달력 모두 실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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