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잊자'는 국민의힘, 내홍 종식일까

유정인·문광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지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지단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극적 포옹으로 손을 맞잡은 다음날인 7일 선거운동 체제 재정비에 들어갔다. 다시 ‘원팀’을 강조했지만 남은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 내홍의 완전한 종식이 이뤄질 지 미지수다.

국민의힘에선 이날 내홍의 잔불씨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전날 10시간30분에 걸친 의원총회 끝에 “이제 다 잊어버립시다”(윤 후보), “이 자리에서 원팀을 선언하겠다”(이 대표)고 얼싸안았지만 묵은 갈등의 불씨가 다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다.

당장 이날도 내부 설전이 이어지며 감정의 골을 확인했다. 이 대표는 의총에서 자신을 “사이코패스” “양아치”에 비유한 박수영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를 두고 “저라고 박 의원에 대해 할 말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적당히 하고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MBC라디오에서 말했다. 박 의원은 앞서 이날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즉각 사퇴해야 된다고 하는 (의원들)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갈등을 멈추자는) 후보의 뜻을 따라주는 게 낫지 않겠느냐 하는 쪽으로 여론이 움직인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선대위 관계자가 의총 뒤 이 대표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윤 후보를 태운 것을 두고 “이 대표가 ‘대선 운전대는 내가 잡는다’고 말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는 언론 보도에는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앉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날 의총은 대선을 60일 앞두고 급히 갈등을 마무리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누적된 갈등 사안들을 어떤 방향으로 해소해나갈 지 구체적인 내용은 합의되지 않았다. 정권교체라는 목표는 공유하되, 방향을 두고 갈등했던 상황이 남아있는 셈이다. 윤 후보와 이 대표, 당 의원들의 화학적 결합도 미완의 과제이다.

갈등의 핵심 쟁점이었던 ‘윤핵관’(윤 후보측 핵심 관계자) 논란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측근 3인방으로 꼽히던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이 2선 후퇴했지만, 전날 오전까지도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들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선거본부 재편 과정에서 매머드화나 인선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경우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대표는 선거기구 구상이나 전략을 재정비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어 ‘이준석표 전략’의 수용 여부도 향후 봉합 국면의 잣대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젠더게임특위를 신설해 하태경 의원에게 위원장을 맡기는 안을 제안하며 이를 ‘세대포위론’ 선거전략 가동의 “시발점”으로 삼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도 남은 뇌관이다. 윤 후보는 “출마를 위해 뛰고 있는 안 후보에게 단일화 운운이 예의가 아니다”며 거리를 두고 있지만, 지지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을 경우에 단일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 단일화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엔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이 대표와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이 대표는 이날도 “단일화를 제안할 생각이 없다”며 “(후보 뜻은 밝힐 수 없으나) 제가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말하는 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공천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이번 재보선은 서울 종로와 서초갑, 대구 중남구, 경기 안성, 충북 청주 상당 등 5곳에서 이뤄진다. 이 대표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2월 초에는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내외 인사 10인 이내의 위원으로 공관위를 구성토록 하고 있다. 이번 재보선 공천자는 윤 후보의 러닝메이트 성격을 띤다. 윤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공천 과정을 주도하려 할 경우 이 대표와 부딪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헌·당규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최고위 의결을 거쳐 처리하면 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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