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근로 8시간인데···윤석열 “재택근무 8시간 이상 못하게 규제 못하지 않나”읽음

문광호 기자

‘100만 디지털 인재’ 공약 발표

 근로기준법 ‘8시간’ 논란 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경제 정책과 관련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경제 정책과 관련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100만 디지털 인재’를 양성해 우리나라가 디지털 경제 패권 국가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IT 산업 특성에 맞는 유연근무 환경 조성을 공약하며 “재택근무를 하는데 ‘집에서 8시간 이상 일하지 말라’고 규제할 수도 없지 않나”라며 유연근무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윤 후보 발언은 이미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시간을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윤 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겠다”며 “임기 3년 내 완성을 목표로 최적화 기술과 솔루션을 도입해 최고의 AI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구상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축하고 세계 각국으로 수출해 디지털 경제 패권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산업 육성은 이를 위한 6가지 실천 과제 중 하나로 언급됐다. 세부적으로는 대학, 연구소, 기업이 공동으로 활용가능한 세계 최대 규모의 AI를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마중물이 되어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공공소프트웨어 혁신 제품을 도입하고, 역량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5G 전국망을 고도화하고 6G의 세계 표준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공약, 국민들이 맞춤형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이 데이터’ 산업 활성화 공약도 제시했다. 이외에도 반도체와 모빌리티 산업 지원, 사이버 안전망 구축 등도 공약했다. 사이버 위기 시 통합적 대응을 위해 일원화된 사이버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통합 사이버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공약은 경선 경쟁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의 공약을 수용했다. 윤 후보는 “디지털 분야 100만 인재 양성을 위해 초·중등 교육 과정 내 보편적 소프트웨어 교육을 확대하겠다”며 “디지털 관련 학과의 정원과 국가장학금을 확대하고, 전액 국비 지원의 디지털 영재학교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 인재 난에 처한 중소기업을 위해 디지털 인재 채용에 따른 인센티브를 늘리는 동시에 IT 산업 특성에 맞는 근로문화와 유연근무 환경의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경제 정책과 관련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장에는 원희룡 정책본부장, 이영 정책부본부장, 고 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회장,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배석 했다./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경제 정책과 관련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장에는 원희룡 정책본부장, 이영 정책부본부장, 고 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회장,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배석 했다./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는 발표 직후 기자들이 ‘디지털 경제가 디지털 노동자들의 혹사를 기반으로 발전했다는 비판도 있는데 어떤 해결방안을 갖고 있냐’고 묻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면 이 분야 전공자들에 대한 확고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할 수 있다. 지금 방식으로는 어렵다. 그분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IT 특성에 맞는 유연근무 환경을 조성한다는 게 무슨 의미냐’는 질문에 “2차 산업혁명에서의 근로와 4차 산업혁명에서의 근로가 다르지 않나”라며 “여기(IT업계)서는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하기도 하고, 근로시간에 있어서도 재택근무를 하는데 ‘집에서 8시간 이상 일하지 말라’고 (사무실 출근처럼) 규제할 수도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후보의 발언과 달리 재택근무의 근로시간도 통상근무와 마찬가지로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재택근무도 법정 근로시간을 당연히 지켜야 한다”며 “근로기준법에서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따로 구분하는 건 아니다. 재택근무라고 해도 8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을 일했으면 연장근로로 잡히고 수당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과거 주 120시간 노동에 대해 말했는데 개발자의 노동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과거 120시간 일을 시켜야 한다고 말한 건 없다”며 “자기가 기여한 가치만큼의 정당한 보상을 받는 근로여건을 기대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근로자 건강은 충분히 배려하는 게 노동의 기본 원칙이라 그걸 지키면서 하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7월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해야 한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차기 대통령의 디지털혁신 방향 토론회’에서 “정부가 디지털 경제의 근간인 AI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지원해야 한다”며 “시장의 공정한 경쟁 조성해서 도전이 일어나고 기회가 열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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