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제주 필승 끝, 보수 후보 광주 첫 두자릿수 득표율···20대 대선 뭐가 달랐나읽음

윤승민 기자
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가 진행되고있다. 이준헌 기자

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가 진행되고있다. 이준헌 기자

20대 대선 개표 결과를 살펴보면 민심의 미묘한 변화가 눈에 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실시 이후 불패의 ‘경기·인천·제주 필승 법칙’이 깨졌고 보수정당 후보가 처음으로 광주에서 두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충청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점, 20·30대를 제외한 세대 간 투표 결집 현상은 여전했다.

①경기·인천·제주 필승 법칙 끝

1987년 13대 대선의 노태우 당선자부터 2017년 19대 대선 문재인 당선자까지 모두 경기, 인천, 제주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경기·인천·제주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지만 대선에서 패배했다.

선거인이 가장 많은 경기에서 이 후보는 50.94%의 득표율로 윤석열 당선자를 5.32%포인트(46만2810표) 앞섰다. 인천에서도 1.86%포인트(3만4760표)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이 후보는 서울에서 윤 당선자에게 4.83%포인트(31만766표) 뒤졌다. 경기지사 출신 이 후보는 경기·인천에서 서울에서 벌어진 표차를 극복하긴 했지만, 영남·충청권의 열세를 극복할 만큼의 대승은 거두지 못했다.

②보수정당 후보, 광주 첫 두자릿수 득표율

윤 당선자의 광주광역시 득표율은 12.72%다. 전북(14.42%)과 전남(11.44%)에서도 모두 득표율 10%를 넘겼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자가 광주에서 7.76%, 전북·전남에서 각각 10% 이상 득표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당선자가 호남에서 8~9%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보수정당 후보가 호남에서 10%대 지지율을 기록하면 당선 확률이 그만큼 높았다. 윤 당선자는 박근혜 당선자도 이루지 못한 광주 두자릿수 득표율을 보수 후보 최초로 달성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언한 30%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대통령 직선제 실시 이후 최소 표차 선거에서 윤 후보의 호남표는 무시할 수 없는 승리 요인이 됐다. 이 후보도 고향이자 보수 핵심 지역인 경북에서 득표율 23.80%를 기록했다. 19대 대선 문재인 당선자의 경북 득표율(21.73%)과는 2.07%포인트 차로 증가율이 크지 않았다.

③ 충청대망론 힘 받았나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는 실제 득표율과 큰 차이 없는 결과를 냈다. 예측과 크게 달랐던 지역은 충청이었다. 출구조사는 대전에서 이 후보 47.3%-윤 당선자 48.2%를, 충남·세종에서 이 후보 47.2%-윤 당선자 48.2%를 각각 득표율로 예상했다. 실제 개표 결과 윤 당선자가 대전에서 3.11%포인트, 충남·세종에서 4.05%포인트 차로 이겼다. 민주당 관계자는 “충청권에는 윤 후보의 충청대망론 영향력이 생각보다 강하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선거 내내 충남 논산이 고향인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등에 업고 ‘충청의 아들’임을 강조했다.

④40대 이상 세대 투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40대의 60.5%, 50대의 52.4%는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진 반면 60대 이상은 67.1%가 윤 당선자에게 투표했다. 민주화 세대가 주축인 4050대는 민주당 후보, 산업화 세대가 주축인 60대 이상은 보수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현상이 이번 대선에서 재현됐다. 남성(61%)과 여성(60%)이 모두 이 후보를 지지했던 40대의 경우처럼 20·30대와 달리 성별 간 표심 격차는 눈에 띄지 않았다. 60대 이상에서도 윤 당선자에 대한 남성(67.4%)과 여성(66.8%) 지지율은 비슷했다.

⑤유주택·무주택자 간 달랐던 표심

출구조사를 진행한 방송 3사 중 MBC는 주택소유자별 표심을 분석했다.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이 후보 지지율은 46.0%, 윤 당선자는 51.4%였다. 1주택자도 이 후보(46.5%)보다 윤 당선자(50.2%)를 더 지지했다. 전·월세 거주자 중에서는 이 후보 지지율(52.2%)이 윤 당선자(43.7%)에 비해 높았다.

자가를 보유한 이들이 집값을 올리며 세금 부담도 늘린 민주당 정부에 반감을 보이는 현상은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와 수도권 지역 여론조사를 통해 예견됐다. 다만 자가 소유자가 윤 후보에게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았다. 출구조사가 전국 단위의 조사라 비수도권 자가소유자 표심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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