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 이제 국회에서

①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장애인 이동권 토론? 숨 쉬는 것도 찬반 나눌 수 있나”

문광호 기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 권호욱 선임기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 권호욱 선임기자

“코로나 때문에 모두 많이 어려워졌잖아요. 그러니까 점점 각박해지고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지가 남아 있지 않은 거예요.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진짜 차별하고 미워하고 혐오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지난 11일 만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쏟아지는 비난성 전화와 욕설 메시지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 현장을 찾아 정치권을 대신해 국민들께 무릎꿇고 사과한 이후부터다. 김 의원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며 “이런 분들을 대변하는 심부름꾼 역할을 하려고 여기 온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장애인들의 외침이 논란거리가 돼서야 조명이 되고 그제야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는 패턴들에 대해 반성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13일 예정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경석 전장연 대표의 TV토론을 두고선 “사람의 기본 권리가 토론의 주제가 되는 게 맞나”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장애인 이동권 토론? 숨 쉬는 것도 찬반 나눌 수 있나”

- 이번 전장연 시위와 관련해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하려고 결심한 이유는.

“전장연에 사과한 건 아니다. 국민들께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동권 문제는 전장연이 생긴 것보다 오래된, 40년, 50년이 넘은 얘기다. 장애인들의 외침이 논란거리가 돼서야 조명이 되고 그제야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는 패턴들에 대해 반성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 사과 이후 전장연과 함께 지하철에 탑승했는데.

“장애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힘이 되어 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함께 짧은 구간이나마 같이 타고 갔다. 그분들이 일부러 지연시킨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탑승하는 과정이었음에도 워낙 출근 시간대 이용하는 승객들이 많은 데다 휠체어가 들고나는 시간이 걸리다 보니 지연된 거라고 하더라. 이런 것을 챙기는 게 정치권이어야 하는데라는 마음에 더 죄송해졌다. 다시 한 번 무릎을 꿇고 싶은 심정이었다.”

- 우리 사회가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끼나.

“시작도 안 했다. 이동권은 모든 권리의 기본이다. 이동이 되지 않으면 교육받는 것도, 일자리 구하는 것도 힘들고, 그럼 어떻게 세금을 내는 국민의 의무를 다할까. 이동권이 조명받기까지 40년이 걸렸다. 1984년 김순석이라는 분은 (도로의) 턱을 없애 달라고 외쳤는데 그 외침이 그 시절에 들렸을까. 결국 목숨을 던졌다. 그 후로도 그런 일이 많았다. 우려하는 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권리만 논의돼서는 안 된다는 거다. 시각장애인, 발달장애인 등 다양한 유형을 아우를 수 있을 때 비로소 ‘이용권이 보장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시작인 거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서 “비문명적이다”라고 했는데 이 대표는 혐오 표현이 아니라고 했다.

“가장 우려하는 게 언론이 ‘당대표 대 당의 의원’이라는 대립 구도를 많이 잡는다. 그래서 답변하기가 좀 곤란할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저희 업무가 마비가 되게 생겼다. 욕을 엄청나게 먹고 있다. 제 유튜브에도 댓글이 엄청 많이 달리고 페이스북 메시지로도 보낸다. (장애를 비하하는)비읍 시옷부터 해서 많이 있다. 그렇지만 이게 우리 사회인 거다.”

- 이준석 대표와 박경석 전장연 대표의 TV토론이 13일로 예정돼있는데 어떻게 보나.

“과연 사람의 기본 권리가 토론의 주제가 되는 게 맞는가 고찰이 필요하다. 숨 쉬는 것을 제3자가 토론거리로 삼아도 되나. ‘숨을 자유롭게 쉬고 싶다’는 내용이 과연 찬반 토론으로 가능한 얘기인가. 토론‘배틀’이라는데 남의 생명을 두고 배틀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전장연이 요구했던 사항 중 탈시설이 있다.

“탈시설은 찬반을 떠나 세계적인 추세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도 담겨 있는 내용이다. 탈시설을 하자고 해서 내일모레 바로 시설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탈시설의 목적은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고 같이 살자는 것이고 원하지 않는데도 나오라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이분들과 잘 어우러져 통합된 사회를 이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게 탈시설의 방향이 돼야 한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앞줄 오른쪽)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3호선에서 전장연 및 시민단체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요구 시위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에 참여한 뒤 승강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앞줄 오른쪽)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3호선에서 전장연 및 시민단체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요구 시위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에 참여한 뒤 승강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동권 다루는 국토위엔 장애 당사자 없어…청각장애인 의원도 나와야”

- 장애인의 온라인 접근성 문제에 대해서도 법안 발의를 했다. 온라인 동영상 제공서비스(OTT) 제공자가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폐쇄자막, 한국수어 통역, 화면해설 등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사회가 변함에 따라 장애인의 인권을 실현하는 방식들도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정치권과 사회가 대비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IT 분야에서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렇게 빨리 변하는 과정에서 소수의 필요는 반영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이 더 소외가 된다. 저같이 그 입장이 돼 본 사람이 이걸 반영하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는다. 제가 단 4년을 일하는 사람이라 제가 있는 동안은 의원들의 공감도 이끌어내고 다른 시각을 제안하지만 제가 아니더라도 이런 부분을 폭넓게 들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할 것 같다.”

-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소외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나.

“국회에 장애인 의원들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있는데 두 분 다 보건복지위원회에 있다. 저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인데 사실 이동권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많이 다룬다. 법안을 아무리 발의해도 국토위에 장애인 당사자인 의원이 없다 보니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국토위는 대부분 다선, 지역구 의원님들이 많이 배치가 된다. 한 명 정도는 장애인 당사자인 의원이 들어와서 법안이나 예산 결산 심의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곧 하반기 국회가 다가오는데 각 당의 원내 지도부가 한 명 정도는 배치하고 다양한 위원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향도 필요할 것 같다.”

- 21대 국회에 입성한 뒤 안내견 조이가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걸 가지고도 논란이 됐다. 국회의 제도, 인식면에서 개선을 이룬 부분이 있나.

“상임위에서 보는 자료들의 분량이 많은데 점자 자료로 제공이 되지가 않았다. 그걸 일정 주기로 보고 하게끔 점자 자료의 중요성을 제고하는 법안 발의도 했다. 그런 작은 변화들을 다른 상황인 분들이 의정 활동을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청각장애인 의원님도 나오면 좋겠다.”

- 이번 논란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가 정치권이 그동안 관심이 부족했던 것 때문 아닌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소수이지 않나. 정치권이 양강 구도가 되면서 다수의 표를 받아야 유지할 수 있는 거다. 이게 보수냐 진보냐 할 게 없다. 어떤 대통령이냐고 할 것도 없다. 어떻게 좀 더 조화롭게 이끌고 나가야 될지가 정치권의 큰 과제다. 저는 좀 긍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히 누군가 저 같은 사람이 계속해서 일하게 된다면 몇백 년이 걸리더라도 그런 사회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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