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탈시설은 세계적인 추세
강제로 나오라는 것 아니라
어우러져 살 방법 찾는 것
이동권은 기본 권리인데
TV토론을 한다니 의아해
지난 11일 만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쏟아지는 비난성 전화와 욕설 메시지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 현장을 찾아 정치권을 대신해 국민들께 무릎 꿇고 사과한 이후부터다. 김 의원은 “이런 분들을 대변하는 심부름꾼 역할을 하려고 여기 온 것”이라며 “장애인들의 외침이 논란거리가 돼야 조명이 되고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는 패턴들에 대해 반성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 우리 사회가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 부족한 점이 많나.
“시작도 안 했다. 이동권은 모든 권리의 기본이다. 이동이 되지 않으면 교육받는 것도, 일자리 구하는 것도 힘들고, 그럼 어떻게 세금을 내는 국민의 의무를 다할까. 이동권이 조명받기까지 40년이 걸렸다. 1984년 김순석이라는 분은 도로의 턱을 없애 달라고 외쳤는데 그 시절에 들렸을까. 결국 목숨을 던졌다. 그 후로도 그런 일이 많았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권리만 논의돼서는 안 된다. 시각장애인, 발달장애인 등 다양한 유형을 아우를 수 있을 때 ‘이용권이 보장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경석 전장연 대표의 TV토론이 13일로 예정돼있다.
“과연 사람의 기본 권리가 토론의 주제가 되는 게 맞는가 고찰이 필요하다. ‘숨을 자유롭게 쉬고 싶다’는 내용이 과연 찬반 토론으로 가능한 얘기인가. 토론 ‘배틀’이라는데 남의 생명을 두고 배틀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전장연은 탈시설도 요구했다.
“탈시설은 찬반을 떠나 세계적인 추세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도 담겨 있는 내용이다. 탈시설의 목적은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고 같이 살자는 것이고 원하지 않는데도 나오라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이분들과 잘 어우러져 통합된 사회를 이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게 탈시설의 방향이 돼야 한다.”
- 장애인의 온라인 접근성 문제에 대해서도 법안 발의를 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IT 분야에서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렇게 빨리 변하는 과정에서 소수의 필요는 반영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들이 더 소외가 된다. 제가 단 4년을 일하는 사람이라 제가 있는 동안은 의원들의 공감도 이끌어내고 다른 시각을 제안하지만 제가 아니더라도 이런 부분을 폭넓게 들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할 것 같다.”
-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소외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나.
“국회에 장애인 의원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있는데 두 분 다 보건복지위원회에 있다. 저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인데 이동권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많이 다룬다. 국토위에 장애인 당사자인 의원이 없다 보니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한 명 정도는 장애인 당사자인 의원이 들어와서 법안이나 예산 결산 심의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곧 하반기 국회가 다가오는데 각 당의 원내 지도부가 한 명 정도는 배치하고 다양한 위원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향도 필요할 것 같다.”
- 정치권이 그동안 관심이 부족했던 것 때문 아닌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소수이지 않나. 정치권이 양강 구도가 되면서 다수의 표를 받아야 유지할 수 있는 거다. 이게 보수냐 진보냐, 어떤 대통령이냐고 할 것도 없다. 저는 긍정적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히 저 같은 사람이 계속해서 일하게 된다면 몇 백년이 걸리더라도 그런 사회가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