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취임 100일 맞은 권성동
대통령실 직원 사적 채용 논란에
“국민 호도 프레임” 민심 못 읽어
장제원과 갈등 등 리더십도 불안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준석 대표 징계 후 집권여당 ‘원톱’으로 올라섰지만 당 지도체제를 둘러싸고 또 다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 등과 이견을 노출하면서 아직 리더십은 확고하지 못하다.
여당 원톱의 안정감을 보여주기보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언론 장악 등 논란의 중심에 선 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당내에 존재한다.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17일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실 직원 사적 채용 논란을 적극 반박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 지역구인 강원 강릉시의 한 통신설비업체 대표 아들인 우모씨가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으로 근무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아버지 우씨가 강릉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인 것도 확인돼 공직자 이해충돌 논란으로 확산됐다. 아들 우씨가 윤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였을 때 1000만원을 후원한 것을 두고 대리 후원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아버지 우씨는 윤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원내대표는 15일 아들 우씨를 “내가 추천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청와대(대통령실)는 국회와 달리 검증 과정을 거친다”며 “이것을 가지고 사적 채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반직과 별정직 공무원 채용 절차와 방법을 모르는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전혀 모르는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겠나”라고 반박한 것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이런 식의 비판을 하는 것은 내로남불,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제가 (강릉) 4선 의원인데 모른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아버지 우씨가 강릉시 선관위원임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아버지가 선관위원이라고 아들이 특정 정당·정치인을 지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아버지와 아들은 별개”라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적 채용 의혹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한 동시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최근 “KBS·MBC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이라고 한 발언으로 정부·여당이 언론 장악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데 대해 “의도도, 계획도 없다”고 부인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시도를 국민의힘이 저지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 같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정부를 끌어들여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준석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뒤 대표 역할까지 맡고 있다. 차기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내대표 선출 당시 윤 대통령 의중을 잘 아는 인사로 정부와 여당 사이 가교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원내대표 임기 초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여야 합의 철회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이 대표 징계 결정 3일 만에 대표 직무대행을 추인받았지만 당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친윤석열계 의원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대표가 청년·호남을 고리로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도 권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불안 요인이다.
당내에서는 권 원내대표가 당의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대통령실 행정요원 우씨 특혜 논란을 부인하며 “최저임금으로 서울에 어떻게 사나”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신뢰를 주지 못해 ‘대행의 대행’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후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도 정치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