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늦은 여당 내 ‘김정은 규탄’, 대통령실 불만 의식했나

조미덥 기자    조문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연설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한발 늦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 연설이 알려진 당일 여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대통령실에서 불만이 나오자 뒤늦게 규탄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위원장의 무모한 도발과 위협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7일 김 위원장이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9주년 행사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망발’ ‘추태’ ‘객기’ 등 원색적인 단어를 써가며 비난을 쏟아낸 바가 있었는데, 지금이라도 한 소릴 하지 않으면 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아 오늘 한 말씀 드리겠다”며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는 어떠한 도발과 막말을 삼가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대화의 장으로 나와 주시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속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는 1일 김 위원장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같은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30일 SNS에 “김 위원장이 대남 비방과 도발로 내부 체제 위기를 모면하려는 의도”라며 “핵실험 등 추가 대남도발은 국제사회의 강한 제재를 불러와 북한의 체제위기만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 28일 아침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지난 27일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서 “우리는 윤석열이 집권 전과 집권 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다”고 윤 대통령을 비난한 내용이었다.

보도가 나온 28일 당일 국민의힘에선 이를 규탄하는 대변인단 논평이 나오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북어민 북송 문제를 규탄하는 논평은 있었지만, 당일 나온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은 없었던 것이다. 당시 ‘내부 총질’ 문자 노출의 후폭풍으로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면서 공격하는데, 여당에서 이를 규탄하는 논평 하나 없어 대통령도 언짢아했다는 말이 들렸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권성동 원톱’ 혼자 대응하는 체제로는 버겁다는 인식을 하게 된 계기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기 당권주자인 김 의원은 이런 기류를 파악하고 다소 늦게라도 김 위원장 규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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