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 유승민 ‘충돌’···벌써 ‘보수 잠룡’ 신경전읽음

조미덥 기자

전통 보수와 개혁 보수 자처하며 대립 수위 높여

홍 “같은 보수 진영에서 내부 분탕질” 비판에

유 “자신의 말 바꾸기가 합당한지 설명해야 할 것”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구시당 당원 교육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구시당 당원 교육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전통 보수와 개혁 보수를 자처하며 대립하고 있다. 차기 대선 잠룡으로서 당내 자리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홍 시장은 연일 유 전 의원을 겨냥한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SNS에 “같은 보수 진영에서 내부 분탕질로 탄핵 사태까지 가고 보수의 궤멸을 가져온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그걸 개혁보수로 분칠했다”며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박근혜 탄핵 전야 같이 우리 내부를 흔드는 탄핵 때 같은 세력이 또 있다는 느낌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개혁적이지도 않은 사람들이 입으로만 내세우는 개혁보수 타령 이제 그만 해라. 지겹다”고 했다.

지난 3일에는 “그들은 틈만 있으면 비집고 올라와 연탄가스 정치를 한다. 출처 불명의 개혁보수 타령이나 하면서 지겹도록 달려 든다”며 “이제 그만하라. 보수는 정통 보수주의뿐”이라고 비난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29일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29일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의원은 지난 4일 밤 SNS에 말 없이 ‘홍준표의 말 바꾸기’라는 제목의 신문 칼럼을 링크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칼럼에는 “‘거짓말을 하면 일이 커진다’고 일갈했던 홍 시장이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침묵하는 게 도와주는 거 아니냐’고 입장을 선회했다”며 “큰 꿈을 가진 정치인인 홍 시장은 윤 대통령에게 ‘사과로 정면돌파할 것’을 촉구했다가 유승민 때리기로 표변한, 자신의 말 바꾸기가 합당한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돼 있다. 자신의 생각을 대변한 듯한 칼럼으로 홍 시장에게 반격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3일 SNS에 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차기 당대표 주자 중 1위를 한 데 대해 “시민들께서 제가 늘 주장하는 개혁보수로 보수 정치가 바뀌는 것을 지지해주시는 거라면 제일 감사한 지지”고 말하는 인터뷰 동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립은 차기 대선주자로서 당내에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상대를 견제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홍 시장은 유 전 의원의 개혁 보수를 비판하며 자신을 전통 보수의 대표 주자로 매김하려 한다. 홍 시장은 지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국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크게 앞서면서도 당원 지지도에서 밀린 후 전통 보수층 당심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자원해 나선 것도 보수의 핵심 지지 지역인 대구·경북(TK) 민심을 잡기 위해서다. 특히 홍 시장이 연이어 ‘박근혜 탄핵 사태’를 거론하는 것은 탄핵 국면에서 당을 지켰던 자신과 탄핵에 가담했던 유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등 당내 대선 경쟁자들과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 전 의원 역시 윤 대통령의 실정이 거듭되는 국면에서 개혁 보수 세력과 비윤석열계의 중심 주자로 거듭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차기 당대표 출마에 대한 입장을 모호하게 유지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구 경북대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이나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이 문제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야 한다”고 비판하는 등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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