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기간·범위 두고 이견…‘참사 국조’ 넘을 산 많다읽음

정대연·탁지영·문광호·유설희 기자

시동 걸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원활한 추진 가능할까

국정조사 합의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정조사 합의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협상 급물살…합의문 곳곳에 갈등 여지
여 “기간 연장은 예외적” 야 “당연히 연장”…동상이몽 해석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영향 등 조사 목적도 충돌 예상

여야가 23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한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국정조사를 막아낼 수 없고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야당 협조가 필수적인 현실에 더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을 반대하기엔 부담이 컸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공세용 단독 국정조사라는 비판을 희석하고 국정조사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조사 기간과 범위 등 여야 갈등 요소가 잠복해 있다.

협상에 물꼬가 트인 것은 국정조사가 국민의힘이 기존 입장을 바꾸면서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경찰 수사 후 국정조사 여부 판단’이라는 입장을 바꿔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라는 진전된 입장을 내놨다. 야당과 예산안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원내 지도부의 현실론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국정조사 찬성 여론이 우세하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지도부에 국정조사 실시를 요청한 점 등도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국정조사에 끌어들여 실효성을 담보하게 됐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온전한 국정조사로 정부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단독 국정조사 시 다수당 횡포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는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조사 기간·범위 두고 이견…‘참사 국조’ 넘을 산 많다

합의문에는 여야 입장을 절충한 내용이 담겼다.

국정조사 명칭은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로, 민주당이 주장한 ‘진상규명’과 국민의힘이 무게를 둔 ‘재발방지’를 담았다. 조사 기간은 야당이 요구한 ‘60일+30일 연장 가능’에서 ‘45일+본회의 의결로 연장 가능’으로 타협했다.

조사 대상은 야당이 주장한 ‘대통령실 전체와 대통령경호처’ 대신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로 좁혔고, 여당 요구로 법무부를 빼는 대신 야당 입장을 반영해 대검찰청을 남겼다.

여당이 희망하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대통령·공공기관장 임기 일치 법안 처리 협의체 구성, 윤석열 대통령 관심사항인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특별위원회’ 구성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문 곳곳에는 갈등 여지가 있는 문구가 담겨 국정조사의 원활한 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선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조사 기간부터 쟁점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연장은 예외적이고 필요성이 인정될 때 논의할 수 있다”며 45일 안에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정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연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연장’에 무게를 뒀다.

국정조사 시기도 여당은 ‘예산안 처리 직후’ 본격적인 조사가 실시된다는 데, 야당은 ‘24일 국정조사계획서 본회의 통과 직후부터’ 사전 준비과정이 시작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사 목적·범위도 충돌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경호처, 법무부 제외를 요구한 것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윤석열 정부 마약 수사가 참사의 한 원인이 됐다는 민주당 공세를 차단하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경찰 인력 배치 문제, 마약 수사 관련 경찰 인력 배치도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청·대검을 상대로 따져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의결에 따라 조사 대상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박 원내대표는 또한 합의서에 담기지는 않았지만, 수사·재판을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예산안 법정처리시한(12월2일) 내 통과 여부도 정부·여당의 ‘초부자 감세’ 법안 철회, 민생예산 증액 요구 수용 여부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정부조직법 등 관련 협의체와 특위도 강제성이 없어서 성과가 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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