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제' 돼버린 금투세···또 미뤄지나

김찬호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 박민규 선임기자

[주간경향]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도입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이 다시 한 번 중대기로에 섰다.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금투세는 도입 당시 이미 시행을 2년 연기한 바 있다. 예정대로라면 2023년 1월 1일 금투세가 시행돼야 한다. 하지만 국회는 이번에도 ‘2년 유예’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 역시 금투세 도입에 부정적 입장이다. 이쯤 되면 정치권이 본래 취지대로 자본시장을 선진화할 생각이 없거나 애초에 금투세가 자본시장을 선진화한다는 주장은 과장된 구호였던 셈이다.

금투세 시행이 파행을 거듭하는 것은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수익금의 22∼27.5%(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금투세에 관해 알려진 대표적 정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양적완화 시대를 거치며 ‘너도나도’ 주식계좌를 열고 투자자가 됐다. 금투세가 ‘만인의 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다. ‘언젠가 주식으로 5000만원을 벌게 될지 몰라’, ‘이른바 주포의 시장 이탈이 염려돼서’ 등이 금투세 반대의 대표적 이유다.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국회, 새로 출범한 정부 모두 금투세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 사안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는 여야는 금투세에 관해서는 ‘유예’를 전제로 협상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변화가 눈에 띈다. 본래 금투세 시행은 민주당 당론이었다. 미묘한 분위기 변화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지난 11월 14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 대표가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금투세 강행을 고집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금투세는 여야 합의에 따라 입법화된 만큼 예정대로 시행한다’에서 ‘정부가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 방침(가족합산 10억원어치 보유→개인 100억원어치 보유)을 철회하고, 증권거래세를 0.15%로 더 낮추면 금투세 유예를 검토하겠다’는 조건부 유예로 변했다. 정부가 민주당 협상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논의는 공전 중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유예를 주장한 이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문제였던 금투세가 어느새 정치문제로 변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금투세 도입하자는 이유

금투세를 둘러싼 논란이 정쟁화되면서 부각되지 않는 것이 있다. 애초에 ‘왜 금투세를 도입하려고 했는가’, ‘금투세를 통해 기대한 효과가 무엇인가’ 등이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 논의됐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2018년 12월 자본시장 활성화 특위를 출범시켰다. 핵심 키워드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였다. 현재는 제도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들로 이런저런 주장들이 난무하지만 금투세의 본질은 ‘세금’이다. 이에 따라 세금으로 기대되는 정책효과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금투세는 두가지 측면에서 혁신이라고 평가받는다. 첫째는 기존에 불분명하던 ‘금융투자소득’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투자 상품의 자본이득은 상품 유형별로 소득을 구분한다. 이에 따라 과세 명목도 다르다. 예를 들어, 주식 및 파생상품의 이익은 양도소득으로 과세하고, 적격집합투자기구 및 파생결합증권의 이익은 배당소득으로 구분해 과세한다. 또 채권의 경우 비과세가 원칙이지만 펀드를 통한 투자는 과세하는 식이다. 금융상품에 자본을 투자해 얻는 소득이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상품에 따라 과세방식이 달라 복잡성·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금투세는 금융상품에서 발생하는 이득을 하나의 유형으로 구분해 차별을 줄인다.

둘째는 총 금융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과세되는 문제를 개선하고, 만약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월공제를 허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손익통산(통틀어 계산)을 통해 가능하다. 기존에는 주식에서 발생한 이득과 손실은 주식거래 내에서만, 파생상품에서 발생한 이득과 손실은 파생상품거래 내에서만 통산했다. 예를 들어, 주식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파생상품거래에서는 이익이 발생해 이 둘을 합쳐 순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도 파생상품거래에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상품별로 적용 세율이 달라 합쳐 계산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금투세는 모든 금융상품을 아우르며 상품을 넘나드는 손익통산도 가능해졌다. 또 이월공제를 허용해 금융투자결손금은 5년간 이월해 공제할 수 있다.

국내상장주식과 국내주식형펀드의 기본공제금액이 5000만원이라는 점을 들어 ‘세금폭탄’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 역시 현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3년간, 5대 증권사(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 고객 중 연간 투자이익이 5000만원이 넘는 대상은 전체 투자자 2309만4832명의 0.9%인 20만1843명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런데 해당 자료는 개인투자자별이 아닌 증권사별로 합산했기 때문에 왜곡이 있다. 즉 A라는 사람이 여러 증권사 계좌로 투자를 한 경우 A가 계좌 합산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더라도 한 계좌에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두지 않았다면 금투세 대상으로 잡히지 않는다. 이에 따라 비교군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가 2008~2018년 동안 11개 증권사의 주식 거래 내역을 분석해 추산한 금투세 과세 대상 인원은 약 15만명이다. 2개 자료의 추산치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한국의 주식 투자자를 1300만~1400만명으로 본다면 금투세 부과 대상자는 전체 투자자의 1~2% 수준일 것이란 추론이 이렇게 해서 나온다. “금투세로 개미투자자들이 직접 세 부담을 느끼는 경우는 없을 것”이란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지는 않은 셈이다.

부정적 여론에 대응한 안전장치는 또 있다. 민주당은 “금투세와 증권거래세 인하는 함께 간다”고 강조한다. 금투세로 더 거둔 세금은 증권거래세 인하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는 논리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현재 증권거래세가 0.23%인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출 수 있어 일반적인 개미투자자들에게는 더 이익이 되는 제도로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소득이 발생한 곳에 과세한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원칙이다. 금투세는 이러한 원칙을 적용받지 않는 사각지대 문제를 개선한다. 실제로 제도 도입 당시 나온 평가도 “금투세 도입을 통해 기존 과세제도의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였다.

금투세 반대하는 이유

그럼에도 금투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우선 제도 자체가 내포한 모순이 있다. 금투세는 국내상장주식과 국내주식형펀드의 기본공제금액을 5000만원으로 하고, 다른 금융상품들의 공제금액은 250만원으로 결정했다. 이른바 “주식으로 5000만원 이상 벌면, 세금 폭탄 맞는다”는 말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주식이 해외주식 등에 비해 기본공제가 크다 보니 금투세 도입을 통해 기대했던 금융상품 간 과세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문제도 생긴다.

'정치문제' 돼버린 금투세···또 미뤄지나

‘대체 왜 세금을 개인투자자들에게만 걷느냐’는 반발도 있다. 해당 논의를 이해하려면 증권거래에 붙는 세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가 코스피·코스닥에서 주식을 매매할 때 발생하는 통칭 증권거래세의 세율은 각각 0.23%다. 세부적으로 쪼개보면 코스피 상장기업 주식 거래는 거래세 0.08%와 농어촌특별세 0.15%를 합쳐 0.23%다. 반면 코스닥 상장기업 주식 거래는 증권거래세 명목으로만 0.23%를 낸다. 이는 주식투자 주체 모두에게 적용되며 투자로 인한 수익·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된다. 문제는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얻는 경우 내는 금투세는 적용 대상이 오직 개인투자자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금투세 도입으로 향후 증권거래세가 완전 폐지되면 외국인 등의 특정 세력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일종의 ‘비과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금투세를 걷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낮춰 개인투자자의 불이익을 없앤다고 하는데 그 논리대로 해도 거래 규모가 작은 개인투자자들 각각이 얻는 이득은 미미한 반면, 거래 규모가 큰 외국인·기관은 큰 이득을 보게 된다”며 “금투세 도입 목적이 단타전문 외국인·기관들의 증권거래세를 낮춰주는 데 있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측에 해당 문제에 대한 보완책이 있느냐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 해당 문제를 물었다. 정책 관계자는 “기관의 경우 법인세를 내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금투세를 적용할 경우 이중과세 문제가 될 수 있고, 외국인은 본국에 세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금투세 적용이 어렵다”며 “증권거래세의 경우 외국인이나 기관의 납부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더 큰 이득이 돌아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우려도 있다. 금투세 도입으로 이른바 ‘큰손’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세율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주식 거래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이 22% 수준이다. 공제금액은 250만원이다. 반면 한국은 최고세율이 27.5%다. 공제금액 부분에서 한국이 크지만. 수익이 3억원을 넘어서면 낮은 세율의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이득이다. 즉 이른바 ‘큰손’은 한국보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금투세를 둘러싼 논의의 핵심은 결국 세율”이라며 “리스크를 감내하며 주식투자를 하는데 이로 인해 얻는 소득의 실질세율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등에 대한 세율보다 높다면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시장이 금투세에 반발하는 것은 결국, 실질세율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24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 연합뉴스

지난 11월 24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 연합뉴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의 한 자산운용가는 “5000만원 이상 수익이 안 나면 괜찮다고 하는데 한국 주식시장 수급은 그 5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이들에 의해 결정된다”며 “금투세 도입으로 이들이 빠져나갈 경우 한국 주식시장은 한동안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직에 있는 입장에서 미안한 이야기지만 금투세와 증권거래세 인하로 가장 큰돈을 버는 것은 거래 수수료를 받는 증권사와 규제에서 자유로운 외국인”이라고 덧붙였다.

정쟁 도구가 된 금투세

금투세 시행일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시행 여부는 아직도 ‘안갯속’에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금투세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한 건설적 토론이 이뤄진다면 긍정적 외부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현실은 금융시장, 세금에 대한 논의보다 정쟁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금투세 시행의 칼자루는 민주당이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정부는 최근 증시 침체 등의 상황을 감안해 금투세 도입을 2년 연기하자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다수당인 민주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금투세에 대한 여론 악화가 부담이다. 실제로 한투연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1월 16~17일 금투세 시행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결과 금투세를 2년간 유예하거나 도입 자체를 반대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57.1%로 나타났다. 원안대로 내년 1월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34%였다(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민주당 지도부가 제안한 절충안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동의할 수 없다”며 즉각 거부했다. 흥미로운 점은 추 부총리 역시 과거 야당 의원 시절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에 과세해야 한다며 금투세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증시’가 악화돼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은 비겁하다. 금투세는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본래 세금 관련 법안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까지 이를 혼동하지만, 증시상황과는 엄연히 다른 이야기라는 의미다. 게다가 해당 논리대로라면 2년 뒤에도 금투세를 시행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증시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법안에 문제가 있다면 제대로 짚고, 도입 취지에 맞게 긍정적인 점은 살리고 부정적인 점은 제거해야 한다. 정부가 금투세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대 야당과 협상하지 않고 책임을 미루면 결국 국민만 손해를 입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는 원안 시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내 진보·개혁 성향 의원들이 모인 ‘더좋은미래’는 지난 11월 22일 ‘99%의 개미투자자를 위한 증권거래세는 인하·폐지하고, 금융투자소득세는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더미래 대표의원인 강훈식 의원은 주간경향에 “서민 감세는 지지부진하고 부자 감세는 빨리 실현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조세정책에 반대한다”며 “2년 전 여야가 합의한 대로 원칙을 지키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투세 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예정대로 시행’에 힘을 싣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가 유예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1일 원안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투세를 둘러싼 논의는 민주당 내 논란으로까지 확장되는 모양새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첫 집단 반발이 이 대표의 금투세 유예 주장에 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세 폐지는 이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금투세가 유예되면 증권거래세 폐지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교수는 “금투세는 증시가 좋으니까 하고, 안 좋으니까 유예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해결이 안 된다. 모든 소득에 과세한다는 원칙에도 맞지 않다”며 “2년간 유예하기보다 차라리 세율을 1~5% 정도로 낮게 시작해 단계적으로 높여가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합리적 절충점을 찾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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