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과 민주당 사이 ‘주호영의 줄타기’

조미덥 기자

‘대야 강경’ 친윤계 견제에도

이태원 국조 합의 이끌어내

예산안 등 성과가 순항 관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 등 원내 지도부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 등 원내 지도부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섰다. ‘내년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라는 절충안으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낸 것에는 호평이 나온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정권을 견제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정권을 비호하려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성과를 내야 하는 난제가 놓여 있다. 특히 야당에 강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친윤석열계의 흔들기를 이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7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4일 여야 합의로 시작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에 대한 당내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친윤계 일부를 제외하면 “야당이 일방적으로 국정조사하는 걸 저지하는 고육지책”이라는 주 원내대표의 말에 동조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원내대표단 소속 한 의원은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국정조사를 피하긴 어려웠다”며 “예산안이 통과돼야 본격적으로 국정조사 절차를 시작하게 조건을 둔 것이 성과”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25일 지도부와 3시간 넘게 만찬을 하며 “고생이 많다”고 주 원내대표를 안아주는 등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

이번 국정조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여당이 원내 사안에서 대통령실에 끌려가지 않고 주도적으로 이견을 조정한 사실상 첫 사례로 꼽힌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4일 국정조사 합의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당정 갈등이 우려됐지만 표면적으로나마 이를 불식한 것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원내 사안을 주 원내대표에게 일임하며 신뢰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회 과반 의석의 민주당은 여당에 예산·법안 양보를 요구하고, 국정조사에서 정권 수뇌부의 참사 책임을 따져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날도 박홍근 원내대표가 28일까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향후 검찰 수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직접 겨냥하면 여야 관계는 순식간에 얼어붙을 수도 있다.

당내에선 윤핵관들 반발이 관건이다. 이들은 대야 강경 분위기를 주도하며 협상파인 주 원내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이달 초 국회 운영위원장인 주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국감에서 ‘웃기고 있네’ 필담을 나눈 김은혜·강승규 수석을 퇴장시킨 것을 두고 장제원·이용 의원이 공개 비판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달 중순 당이 선수별 모임을 통해 국정조사 반대 당론을 만드는 데도 윤핵관들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국정조사 표결 본회의에서 장제원·이용·윤한홍 의원은 반대, 박수영·유상범 의원은 기권, 권성동·정점식·이철규 의원은 불참했다.

윤 대통령 심기가 불편한 일이 생기면 이들이 행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 원내대표의 국정조사 참여 주장이 국민 지지와 예산·법안 통과라는 명분을 쥐고 있었지만 앞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없으면 협상을 주도한 주 원내대표가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총선 공천을 앞둔 상황에서 ‘윤심’이 주 원내대표에게 등을 돌리면 의원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당내엔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로 인해 ‘세월호 참사 때처럼 야당에 끌려가선 안 된다’는 정서도 있다.

원내 한 관계자는 “예산과 법안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이후 국정조사에서 공격을 받아도 주 원내대표가 목소리를 낼 공간이 생길 것”이라며 “여야 양쪽에서 합리적인 의견들이 합의로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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