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논의 ‘졸속’, 실세 지역구 ‘실속’

조미덥·문광호 기자

예산 ‘최장 지각 처리’가 남긴 것

여야 기싸움에 법정시한 3주 넘겨
주요 법안들 ‘밀실 담판’으로 뚝딱
의원들 ‘예산 끼워넣기’도 여전
김건희 여사 ‘관심 사업’도 증액

국회가 지난 24일 새벽 총지출 기준 638조7276억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여야는 법정처리시한(12월2일)을 3주 넘겨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후 최악의 지연 처리라는 오명을 남겼다. 쟁점 법안을 거대 정당 원내대표 간 밀실 합의로 졸속 처리하는 관행을 반복했다. 여야 유력 인사들 지역구 예산 챙기기도 재연됐다.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은 당초 정부안(639조419억원)보다 3142억원 줄었다.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에 비해선 5.1%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 예산안 논의에서 여야는 심사 단계부터 대통령실 이전,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지역화폐 예산과 법인세 인하 법안 등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여야는 법정처리시한과 정기국회 회기(12월9일)를 지나 김진표 국회의장이 설정한 23일 본회의라는 4차 데드라인에서 가까스로 합의했다.

급하게 하다보니 법인세 등 주요 법안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 예산과 법안을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주고받기식 밀실 담판으로 처리하는 문제가 올해도 이어졌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법인세법 개정안 반대토론에서 “국회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모두 건너뛰고 세수가 줄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반나절도 논의하지 않았다”며 “수정안이 도깨비처럼 등장해 국회를 모독했다”고 비판했다.

모든 과표구간에서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상정됐지만 재석 274명 중 반대 37표, 기권 34표가 나왔다. 정의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였는데, 여당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이 홀로 기권표를 던졌다. 장 의원이 “(야당의) 힘에 밀려 민생 예산이 퇴색했다”(지난 23일 브리핑)는 대통령실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산안 ‘최장 지각 처리’ 중에도 여야 주요 정치인들은 지역구 관련 사업 예산을 반영하거나 증액했다. 특히 여당 인사들 지역구 예산이 많았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세종시와 공주역을 잇는 간선급행버스(BRT) 구축사업(정부안 43억8000만원)에 14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정부안에 없던 동아시아역사도시진흥원 건립 예산(12억5000만원)도 넣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충남 서산태안)은 대산~당진고속도로 건설 예산 80억원을 반영시켰다. 윤핵관 중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은 하수관로 정비 예산(25억원)을 따냈고,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은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 예산을 정부안보다 23억4500만원 증액 반영했다. 예결위 간사인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은 동해신항과 동해·묵호항 관련 예산을 각각 5억원 더 확보했다.

민주당에서도 위성곤 원내정책수석부대표(제주 서귀포)가 정부안에 없던 서귀포시 유기성 바이오가스화 사업 예산으로 62억원을, 예결위 간사인 박정 의원(경기 파주을)이 파주 음악전용공연장 건립 예산(30억원) 등을 따냈다.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예산 중 ‘MZ세대와 함께하는 새마을운동’은 정부안 1억5000만원에서 2억6000만원 증액돼 4억1000만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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