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국정조사 종료···‘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노력은 끝나지 않았다’

김윤나영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및 독립적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및 독립적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17일 55일 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유가족이 요구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국민의힘의 소극적인 태도와 윤석열 대통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 거부로 빛이 바랬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진상규명을 위한 전략 부족에 대한 아쉬운 평가가 나온다. 유가족이 요구하는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국정조사는 시작부터 삐걱댔다. 여야는 국정조사 활동 기한을 55일로 정했지만, 예산안을 처리하느라 2주일가량 시간을 허비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예산안과 국정조사 시작을 연계한 합의로 국민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월호 참사 국조특위 활동 기간인 90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여야는 증인 합의를 두고 샅바싸움을 벌였다. 대통령실 관련 증인은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등 국가위기관리센터 관계자에 국한됐다. 여당의 반발로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증인으로 부르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때는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여당의 반대로 대검찰청 증인은 마약수사 관련 부서의 장으로 한정됐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을 두둔하고 참사 책임을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일부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은 참사를 정쟁화하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참사 당일 ‘닥터카’ 탑승 논란을 일으킨 신현영 민주당 의원의 증인 채택 시도에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민주당과) 같은 편이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장관 해임건의안 추진 과정에서 당의 전략 부재가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합의 직후인 지난해 11월25일 윤 대통령에게 이 장관 파면을 최후 통첩했다.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 발의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은 지난해 12월11일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이로 인해 국정조사보다 이 장관 거취로 여론의 관심이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조사 초반 야당의 전략을 두고도 아쉬움이 남는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과 경찰의 마약 단속에 중점을 두고 질의했다. 이 장관이나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의 책임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다. 국조특위 위원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야당 위원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서로 역할 분담을 하며 팀플레이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정조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가 인재임을 확인하는 성과를 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다중인파가 몰릴 것을 예견하고도 사고에 대한 사전 대비를 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대형 참사 발생 10분 안에 사고수습본부를 꾸려야 한다는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경찰은 112 신고가 폭주하는 동안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점도 드러났다. 이 장관이 참사 직후 85분 간 직접 건 전화는 한 통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압사신고 인지 시점을 국회에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참사 책임자들의 막말 논란도 빚어졌다. 이 장관은 국정조사장에서 참사 당일 “제가 놀고 있었겠냐”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윤 청장은 참사 당일 음주 사실을 인정하면서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할 수 있다”고 말해 비판받았다. 한 총리는 참사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희생자에게 “스스로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연초 개각은 없다”며 이 장관을 유임하며 책임자 처벌 요구를 외면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29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이어 현 정부 들어 두 번째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빼고 역대 정부의 국무위원들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자진사퇴했지만 박 장관과 이 장관은 사퇴를 거부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후속조치 마련은 과제로 남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윗선 누구도 책임이 없다는 면죄부 수사, 셀프 수사에 대한 국민과 유족의 분노가 매우 크다”며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이어나갈 제도적 장치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3당은 오는 18일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와 함께 국회에서 ‘국정조사 결과 국민보고회’를 연다.

유가족은 참사 진상을 규명할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경우 특별법 제정을 통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린 바 있다. 유가족은 대형참사가 발생하면 조사위원회 가동을 상설화하자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별검사제도(특검) 도입 법안과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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