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새해에 ‘기본사회’ 띄운다···기본소득·기본주거·기본금융읽음

김윤나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을 찾아 설날 귀성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을 찾아 설날 귀성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본사회’를 새해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기본사회 구상을 뒷받침할 당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직접 위원장직을 맡았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면서 대안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 기본사회 공약을 마련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2023년은 기본사회로의 대전환이 시작되는 원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기본사회 2050 비전을 준비해 우리 미래의 청사진을 분명하게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이제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을 넘어 기본사회 30년을 준비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기본사회 시리즈 3대 축, 기본소득·기본주거·기본금융

기본사회는 국가가 최소한의 삶이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기본적인 시민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 대표는 기본사회를 뒷받침할 3대 축으로 기본소득, 기본주거, 기본금융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사회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뜻한다. 만 8세까지 지급하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 정부가 추진하는 월 100만원의 부모급여,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등을 기본소득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기초연금 확대를 기본소득 핵심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은 1인 가구 기준 최대 월 32만3180원의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초연금 월 40만원 인상을 공약한 바 있다. 민주당은 대선 공통공약을 지키자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기초연금 부부 감액 제도 폐지도 추진하고 있다. 현행 기초연금법은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 수급권자이면 기초연금 수급액의 20%를 감액하도록 규정한다. 이 대표는 “부부가 같이 산다는 이유로 국가 지원을 삭감하는 것은 패륜”이라며 폐지를 주장한다. 민주당은 정부의 부자 감세 예산을 삭감하면 기초연금 부부감액 폐지에 필요한 재원 1조6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기본주거는 소득과 자산에 상관없이 무주택자 누구에게나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개념이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지난 2020년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역세권 아파트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30년 넘게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경기도 기본주택’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공분양주택에 중점을 두는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여야는 지난해 예산안 정국에서도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 예산을 두고 대치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전년도보다 5조7000억원 삭감했고, 공공분양주택 예산 1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이에 반발한 민주당은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 원상 복구를 요구했다. 여야는 전세임대융자사업 확대 예산 6600억원 증액에 합의하면서 갈등을 일단락했다.

기본금융은 서민들에게 최대 1000만원을 최대 20년간 저금리로 대출해주자는 내용이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한 ‘경기도 청년 기본대출’ 정책을 확대한 것이다. 소득과 상관없이 만 25~34세 모든 청년에게 3% 안팎 금리로 최대 10년간 500만원까지 빌려주는 정책이었다. 청년 기본대출 사업은 전산시스템 구축·금융기관 협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발된 바 있다.

기본소득·기본주거·기본금융 정책으로 구성된 기본사회 시리즈는 윤석열 정부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도 이 대표 체제를 차별화하는 요소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담론은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소득주도성장이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8월 당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 ‘1가구 1주택’ 원칙을 삭제한 바 있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색깔을 지우고 이재명 체제 전환을 준비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탄소세·국토보유세 제시했다 철회

이 대표는 기본사회 공약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3·9 대선 경선 당시에도 청년에게 연 200만원, 전 국민에게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보류한 바 있다. 이 대표는 2021년 11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고집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고, 기본소득 공약 철회 논란이 일자 같은해 12월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재원 마련 방안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미지수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탄소세와 국토보유세 신설을 제시한 바 있다. 2008년부터 화석연료 사용에 탄소 부담금을 부과하고 약 3분의 2 가량 재원을 국민에게 생태배당으로 환급하고 있는 스위스의 사례에서 착안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대선이 임박한 지난해 3월2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증세 자체를 할 계획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당 안팎에서는 ‘증세 없는 기본사회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가 지난해 12월 예산안 처리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와 감세 경쟁을 한 것도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가게 하는 요소다. 정부의 ‘초부자·초대기업 감세’를 비판하면서 대안으로 ‘서민 감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여야는 지난해 12월 법인세 전 구간 1% 인하에 합의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해 12월13일 “서민 감세든 부자 감세든 지금은 감세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세금은 덜 걷고 나랏돈은 덜 쓰겠다면 대체 그렇게 강조하는 민생은 빚내서 지킬 건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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