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팬덤정치는 당이 망하는 길”

김윤나영 기자    윤승민 기자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제1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 관련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메신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자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메시지의 위력도 떨어졌다. 여권이 제기한 ‘방탄 프레임’에 당이 강조해온 ‘민생 제일주의’는 가려졌다. 정부의 국정 난맥상이 계속되지만 시민의 눈길은 야당으로 향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내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 내부 성찰과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만약 내일 총선을 치른다면 민주당이 질 수도 있다”며 “팬덤정치는 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제일 큰 문제는 대선과 지방선거 연속 패배 이후 아직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 당 개혁 관련 토론회에서 “최근 민주당 모습을 보면 사당화 현상이 걱정된다”고 말했다가 최근 당 홈페이지 당원 청원게시판에서 낙선 대상으로 올랐다. 오는 31일 ‘민주당의 길’이라는 의원 모임 출범을 앞두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민주당 당원 청원게시판에 이 의원의 징계와 탈당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와 있다.

“안타까울 뿐이다. 팬덤정치가 가진 폐해다. 팬덤정치는 당의 실패로 가는 길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때도 당이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이 쏟아졌다. 당은 단일대오를 유지했지만,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해 결국 대선에서 패배하지 않았나.”

-‘1000원 당비 내는 권리당원’ 규정을 강화하자는 주장에 대한 생각은.

“열린우리당 때 2000원 이상 당비를 6개월 이상 납부하면 부여한 권리당원 규정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완화돼 왔다. 당원 자격을 강화하기 위해 당원 자격 유지기간을 늘리고 당원교육 의무화 등을 고민해야 한다.”

-‘민주당 사당화’를 우려한 이유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구조가 없어지고 1인 지배 체제로 바뀌는 듯한 모습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내부총질’이라는 단어로 갇힌 것은 한국 정치의 퇴행적 모습이다. 국민의힘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을 개정했지만, 민주당도 지난해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당대표가 안정적으로 당대표가 될 수 있는 구조로 당헌을 개정했다. 민주당이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지는 사당화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당심을 높이는 것이 당내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주장도 있다.

“당심을 높이는 것은 원론적으로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여야 모두 팬덤들의 목소리 강화하는 게 당심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팬덤에 이끌리는 정치 양극화를 고착화할 수 있다. 정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승자 독식 구조의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전국대의원대회, 중앙위원회 등 이미 충분한 언로가 있다. 다양한 목소리가 들어와 다양한 층을 대변하도록 하면 된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당 대표의 사법적 문제와 당은 분리 대응해야 한다. 이 대표가 떳떳하게 조사받고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국민 눈에는 ‘당이 이 대표에게 올인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 민생과 경제 문제는 묻히게 된다. 민생정당으로 자리매김하자.”

-‘내부 총질하지 말라’는 당내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이 중도층 소구 전략을 펴야 할지, 개혁 노선을 가야 할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 ‘내부총질’ ‘수박’이라고 규정한다면 당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5~7%포인트 정도 뒤진다. 만약 내일 총선을 치른다면 민주당이 진다는 이야기다.”

-당 지지율 회복 방안은.

“민주당의 제일 큰 문제는 대선과 지방선거 연속 패배 이후 아직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국민이 많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지지율 답보상태의) 한 원인인 것 같다. 이 대표가 민생 행보를 해도 기자들은 검찰 출석 날짜만 물어본다. 문재인 정부 5년 정책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당이 혁신해야 한다.”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제(특검) 도입,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에 대한 생각은.

“나도 하고 싶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169석 민주당의 오만·독선·아집으로 보일 수 있다. 지지자들은 열광할지 몰라도 많은 국민은 ‘민주당이 또 힘자랑하는구나’ 하고 떠날 수도 있다. 이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는 6개월 뒤에 총선이 임박해서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다면 당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실제 헌재에서 인용될 가능성 있는지를 법리적으로 철저히 따져본 뒤 추진해야 한다.”

-‘민주당의 길’은 어떤 모임인가.

“계파를 떠나서 민주당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논의의 장을 여는 모임이다. 국민이 바라는 개혁과제를 논의할 것이다. 정치개혁, 고금리 문제를 포함한 민생·경제 개혁과제, 저출생·고령화 등 사회개혁 과제를 도출해내겠다.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반이재명계 모임이 아니다. 계파 수장이 없다. 토론하는 의견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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