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가 중반전에 들어서며 당권주자인 안철수 후보가 고비에 섰다. 밑에서는 천하람 후보가 개혁 선명성을 내세워 비윤석열 성향 표심을 잠식해 들어오고, 친윤 김기현 후보는 안 후보를 양강 구도에서 밀어내고 대세론을 형성하기 위해 안 후보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주류 김 후보와 개혁파 천 후보 사이에 낀 처지다. 이번주 2번의 TV토론과 2번의 합동연설회(충청·강원)에서 양측의 공격을 물리치고, 주무기인 ‘총선 경쟁력’을 당원들에게 인정받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최근 복수의 당원 여론조사에서 2월 초에 비해 다소 하락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불출마의 반사 효과로 늘어난 지지층 중 일부가 천 후보 쪽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천 후보는 이번주 안 후보와 ‘실버크로스’(2위와 3위가 자리를 바꾸는 것)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천 후보를 지원하는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18일 대구에서 “이미 안 후보와의 경쟁보다는 결선투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후보는 주말 내내 이준석계 최고위원 후보들과 함께 자신의 고향인 대구의 번화가와 경북의 시장들을 돌았다. 투표권이 있는 당원 위주로 만나는 다른 후보들과 달랐다. 당의 핵심 지역인 대구·경북(TK)에서 민심의 바람을 당심으로 끌어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천 후보는 19일 대구 동성로 유세를 마친 후 “TK에서 천하람 돌풍이 곧 태풍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가급적 천 후보에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19일 “누가 총선을 진두지휘할 수 있냐를 대보면 일시적으로 이탈한 표심은 결국 안 후보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결선투표에 대비해 천 후보와의 대립을 피하는 측면도 있다.
김 후보 측은 안·천 후보가 확실한 2위 없이 백중세를 이루면 김 후보가 대세론을 굳히는데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안 후보를 양강 구도에서 밀어내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연결시켜 ‘국민의힘 대표로 정체성이 맞지 않다’는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김 후보는 19일 TV조선 인터뷰에서 자신의 부동산 의혹을 제기한 안 후보를 겨냥해 “민주당과 오래 교류해서 그런지 민주당식 덮어씌우기에 능하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도 아닌 게 밝혀졌는데 지금도 민주당은 옳다고 주장한다. 딱 그 방식”이라고 말했다. ‘공천 개혁’을 강조하는 안 후보를 의식한 듯 “여당 대표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공천이 아니라 민생”이라며 “민생을 챙기려면 대표와 대통령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고도 했다.
안 후보의 김 후보 공격은 당내 되치기에 직면했다. 김 후보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에 찬성했다는 공격은 “안 후보야말로 당시 국민의당에서 탄핵을 주도했다”는 반격을 받고 있다. 충청 지역 한 의원은 이날 “당원들이 안 후보가 네거티브하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우리당 사람이 아니었지’란 생각만 들게 했다”고 지적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안 후보가 김 후보의 울산 부동산 의혹을 제기하자 이튿날인 지난 17일 “근거없는 비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엔 제재를 가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장에 선관위원들이 도열해 위세를 더했다. 김 후보에게 유리한 이슈엔 이런 적이 없던 터라 “선관위마저 기울어진 운동장”(안 후보 측 한 관계자)이란 불만이 나왔다.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사실상 김 후보를 돕는 상황에서 안 후보는 여권 내 공개적인 측면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안 후보는 ‘총선 승리를 이끌 당대표’ 이미지로 승부를 보려 하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책임당원에게 비례대표 순위를 결정하고, 부적절한 언행을 보인 현역 의원의 공천신청 자격을 박탈할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공천 개혁안을 내놨다.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을 공략하는 공약이다. 또 ‘처럼회’ 같은 민주당 강경파 의원 지역구에 맞설 인재를 조기에 공천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