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정치가 삼킨 역동성…민주당 초선 ‘소신 상실의 시대’

윤승민 기자

당내 의석 절반 가까운 81명의 숫자에도 존재감 희박

찍히면 공천 힘들어져…박지현 등 신인 배제 대표적

‘방탄’ 논란 등 성찰 없어…“당내 민주주의에 악영향”

더불어민주당 81명의 초선 의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2021년 4·7 재·보궐 선거 패배 이틀 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선거 패인과 당 혁신 방안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81명의 초선 의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2021년 4·7 재·보궐 선거 패배 이틀 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선거 패인과 당 혁신 방안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4월9일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크게 패배한 지 이틀 만에 20·30대 초선 의원 5명은 “당의 기득권 구조, 오만과 독선, 국민 설득 없이 추진되는 정책들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를 공식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당 초선 의원들이 당 주류에 맞선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더민초는 지난 17일 경기 양평군에서 30여명이 참석해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건배 제의도 오갔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모습에서 이 대표 사법 리스크와 방탄 논란 등 따가운 외부 시선에 대한 성찰은 찾기 어렵다. ‘민주당 초선들은 뭘 하나’라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역동성이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팬덤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욕설은 참을 수 있었는데 ‘공천받기 싫으냐’는 말은 무섭더라.” 한 초선 의원에게 열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관해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의원들은 당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낼 때마다 열성 지지자들의 항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 ‘테러’를 당한다. 당원들에게 ‘적’으로 찍히면 공천도 어려워질 수 있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한 지 닷새 만인 20일 출당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 글 동의가 2만명을 넘었다.

이 대표가 ‘당원 민주주의 확대’를 강조한 만큼 이 대표에 대해 반대하는 게 공천에 유리할 리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금방 퍼져나가는 정치환경도 의원들을 위축시킨다. 최근 당 안팎에서는 22대 총선의 공천 및 경선 규칙이 열성 당원들의 의사를 더 반영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현 당규는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가 경선 규칙이나 권리당원 투표 비율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팬덤정치가 삼킨 역동성…민주당 초선 ‘소신 상실의 시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 압승을 거뒀고, ‘바람’을 타고 원내에 입성한 초선 의원도 전체 의석의 절반에 가까운 82명(현재 81명)에 이른다.

민주당 초선들의 대거 입성은 2004년 17대 총선 때도 있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여파로 전체 152석 중 초선 의원만 108명이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정국 주도권을 잡지 못했고, 초선 108명은 ‘108번뇌’로까지 불렸다. 이 일은 민주당의 ‘반면교사’로 남았다. 21대 국회 임기 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08번뇌 교훈’을 강조했다. 이는 의원들이 쓴소리를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초선 의원은 “스스로 너무 조심했고, 선배 의원들도 다른 소리를 내지 말라고 눈치를 줬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계속되고 있지만 당내엔 그를 대체할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기존 수장들은 노쇠했고,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인물들도 일단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 때문에 지금 민주당에는 전통적 의미의 ‘계파’가 없다는 말도 있다. 20대 대선 경선 주자였던 이 대표나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이재명계’나 ‘이낙연계’로 불리지만 수장과 소속 의원들 간 정치적 인연이 길지 않고 조직력도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문재인계’ 인사들도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는 처지라 이 대표와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게 불가피하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과거 초선들은 대의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고 직접 여론을 형성했다”며 “미래를 개혁하려는 주도권은 미래세대에게 있는데 이 일을 못하면 정치신인에서 끝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당내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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