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통령실 거부권 예고에 “본회의 표결도 전인데···” ‘협상과 타협’ 거부 비판

김윤나영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22일 대통령실의 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검토를 두고 “입법권 무력화”라고 반발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거부권을 언급하는 것은 ‘거부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이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하려 한다”며 “대통령실은 법 취지를 무시하며 거부권 남발을 예고하고 여당은 입법부 자존심도 버린 채 용산 여의도 출장소 노릇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양곡관리법에 대해 “본회의 표결도 전에 대통령실이 가이드라인을 치자 ‘윤심’에 눈이 먼 주무장관이 농심을 내팽개친 것”이라며 “대통령실 또한 수일 전부터 일방처리 운운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고, 집권 여당은 법안 수정을 위한 야당 설득은커녕 팔짱 끼고선 용산 대통령실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양곡관리법이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건의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노란봉투법에 대해 “‘위헌봉투법’ 혹은 ‘파업만능봉투법’”이라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곡관리법은 아직 본회의 상정 전이고, 노란봉투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에게 양곡관리법 중재안을 제시하며 합의를 독려하고 있다.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 법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 검토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의 관여로 여야 협상을 통한 타협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협박에 흔들리지 않고 예정된 민생·경제법안들을 처리해가겠다”며 “양곡관리법은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마지막까지 검토하되 끝내 여당 의지가 없다면 국회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간호법, 의료법 등 주요 법안들도 법사위 계류 기간 60일이 지나는 대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할 방침을 세웠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만약 거부권을 행사하면 커다란 사회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원내대표는 “거부권은 행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법안에 대해서 마구잡이로 행사하라고 있는 권한이 아니다”라며 “헌법에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정한 만큼 대통령이 함부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야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본회의에 부의된 양곡관리법을 상정할지는 국회의장의 판단에 달렸다.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169석의 민주당 주도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에서 재의결할 수 있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115석의 국민의힘이 최종적으로 법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66건이다. 하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의 45건을 제외하면 다른 대통령들의 거부권 행사는 극히 드물다.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는 2013년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2015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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